* 2024. 1. 7.(일) 느긋이 걸어 벽소령에서 보낸 겨울밤, 덤으로 덕평봉까지.
① 의신마을 지리산역사관 - 삼정마을 - 벽소령대피소 - 덕평봉 - 벽소령대피소 - 의신마을
※ 표시거리: 의신마을 - 벽소령대피소(6.8km) - 덕평봉 - (1.7km) 왕복 총 17.0km
② 백아산자연휴양림 - 창랑적벽 전망대 - 다산미술관 - 김달진문학관/김씨공작소
■ 멀고 높은 산, 지리산이 이따금 그리워진다. 왜? 냐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설명이 잘 안된다. 그냥 좋다니까, 가고 싶다니까ㅎㅎ. 마음은 늘상 천왕봉에 닿고 싶고, 길고 긴 능선을 따라 종주도 하고 싶지만 갈수록 체력이 딸리니... 소박하게 벽소령까지만 올라 설산에서 하룻밤 자고, 운이 따라 날씨가 좋으면 별도 보고 일몰과 일출도 보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다.
겨울인데다 일요일이라 대피소 이용객이 많지 않아 넓고 편하게 잘 수 있겠다며 좋아했는데, 이용객이 적으니 남녀 구분없이 1호실만 개방한 게 내겐 괴로움이었다. 8시 소등 전부터 새벽까지 끈질기게 코를 골아대는 남자 2명 때문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코를 고는 사람은 더 있었지만, 워낙 독보적으로 큰 소리였기에 다른 사람들의 소리는 묻혀서 잔잔한 수준이었다. 어떤 분이 못 견디겠는지 몸을 건드리며 깨워보고, 나중에는 발로 세게 흔들며 깨워보지만 전혀 소용 없없다. 서로간에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내야 하는 대피소 환경이니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내가 문제니, 혼자서 소심하게 투덜거리기만 하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ㅠㅠ
밤새 뒤척이다 화장실 2번 다녀오니 새벽이었다. 잠을 설치고, 친 탓에 일출을 포기하려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 7시반 되기 전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일출 보러 나왔다. 벽소령대피소에서는 화장실 가는 길목이 그나마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이다.
산악전문의용소방대, 지리산역사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벽소령대피소까지 6.8km,
예전에 설렁설렁 갔었다는 기억은 오류다ㅎㅎ
구조목 '지리12-2', 벽소령 가는 길의 마지막 구조목은 '12-14'이다.
예전엔 저 길로 올라갔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왼쪽 큰 길을 따라 올라 오른쪽으로 간다.
여기까지 2.7km 걸었네.
본격 등산로의 시작점이다.
어느새 코재에 도착한다.
벽소령까지 3.1km / 의신마을에서 3.7km 지점
아직은 완만히 고도를 높이는 길, 이러니 멀지!
눈이 제법 많이 보이지만, 아직은 아이젠 없이 갈 만한 수준이다.
데크다리를 만나기 전 마지막 구조목인 줄 알고 찍었는데... 14번까지 있더라.
안부에 도달하기 전 0.7km는 참...멀다.
드디어 마지막 구조목을 지나고,
이히~다 왔다! 벽소령대피소
꽃대바위와 덕평봉
사진에도 온도가 표시되는 거 같다, 쨍하게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희고 푸른 색
노고단에서 14.1km, 천왕봉까지 11.4km. 멀다~
화대종주는 어떻게 했던가...
17:50, 저 너머는 아직 석양빛이 남아 있는데,
18:03, 형제봉과 삼각고지에는 어둠이 내려 앉고 있다.
해가 완전히 산 너머로 사라진 후,
족발+컵라면으로 만찬을 즐긴 후 대피소로 들어선다.(동절기 소등시간 20:00)
밤새 코고는 소리로 잠을 설치고,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뒤척이다 보니 등도 결리고...
꼼짝하기 싫은 맘과 여기까지 왔는데 일출은 봐야지 하는 맘 사이에서 잠시 갈등 끝에
결국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온다. 07:28
바나나와 구운 계란, 커피로 요기를 하고 덕평봉을 향한다.
배낭을 두고 가벼운 빈몸으로 나서니 오히려 어색하다ㅎㅎ
벽소령 방향을 되돌아 본다. 저 봉우리가 지도상의 꽃대바위일까?
덕평봉을 향해 가는 길, 멀리 중봉~천왕봉~제석봉이 보인다.
덕평봉 도착, 여기서 되돌아 갈 거지만,
반야봉과 천왕봉이 더 잘 보이는 곳이 있는지 선비샘 쪽으로 조금 더 가보고 오기로 한다.
아, 반야봉!
천왕봉도 조금 더 가까이 보인다.
근처 바위에 올라서면 좀더 잘 볼 수도 있겠지만, 위험한 일은 안하기로...
다시 벽소령대피소를 향해 되짚어 가는 길,
벽소령대피소 방향, 형제봉의 바위도 또렷이 보이고,
오른쪽 너머 삼각고지도 확인된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죽을 데워 먹고,
생수 1병을 사서 의신마을을 향해 내려선다.
눈이 없는 구간에 이르러, 계곡에서 얼음지치기도 하고 갈 겸 아이젠을 벗었는데,
생각보다 얼음이 꽝꽝 얼지 않아서
얕은 곳에서 트위스트 몇 번 하고는 아쉬움을 안은 채 돌아선다.
삼정마을 도착,
산행을 마무리하고 휴양림으로 가기 전
오늘의 저녁메뉴, 회(膾)를 사기 위해 화순읍으로 향하는 길,
다시 일몰을 만난다...
백아산 자연휴양림, 우리는 해오름숲14호를 골랐다.
숲속의집들은 대개 독립적이지만,
여긴 더욱 외따로 떨어져 있어 악기를 불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화순적벽'으로 가던 도중, '창랑적벽'이라는 안내판이 보이기에 잠시 내려 감상.
창랑적벽이라도 보았으니 그나마 다행?
*화순적벽은 버스투어와 셔틀버스를 이용해야만 볼 수 있고, 해마다 3월~11월에만 운영한단다.
화순적벽은 상수원 보호구역인 동북댐 내에 위치하여 도보 및 개인 차량을 통해 출입할 수 없다. 동복댐은 광주광역시민의 식수원인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 된 후 약 30년 만에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화순군이 상생의 공동발전을 위하여 화순적벽을 부분 개방하기로 상호 협의하여 2014년 10월 23일부터 개방하게 되었다. - 화순적벽 버스투어: 인터넷 사전 예약제, 토·일요일, 1일 2회(09:30, 14:00), 각 3시간 소요, 1회당 30명, 인당 3만원 - 화순적벽 셔틀버스: 현장결제, 토·일요일, 1일 7회, 각 2시간 소요, 1회당 30명, 인당 5천원/7천원 |
화순적벽을 못 보게 되어 갈 만한 곳을 검색하다 방문하게 된 다산미술관
*다산 정약용과는 무관하며, 화순군 남면 다산리에 위치한 사립미술관이다.
다산미술관은 故 이판석관장이 남도의 예술혼과 마을공동체 문화예술교육목표와 무료서비스 실천을 목적으로 2001년에 설립한 화순군 최초 사립미술관으로 지금은 설립자의 아들인 이정남 관장이 운영하고 있다. 방문한 우리에게 보이차를 직접 우려내어 주고, 미술사는 물론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접견실 입구에 전시되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밤을 새우는 사람들 外)을 알아본 것이 실마리가 되어... |
진해 소사마을에 위치한 김달진(시인, 한학자, 승려) 문학관과 그의 생가
샘 물 / 김달진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 속에 하늘이 있고 흰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우에 앉았다
김달진 생가도 둘러보고 나와, 김씨박물관&김씨공작소로 간다.
- 공작소라기에 직접 만든 것만 전시, 판매하는 줄 알았는데 시대별 각종 소품들이 다 모여있다.(레트로 장난감)
♥ 오늘도 무사산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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