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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지리산

[1,031] 지리산 피아골~반야봉(1,732m): 직전마을 기점

by 참 좋은 당신 2020. 10. 12.

*2020. 10. 10.(토)  그리웠던 지리의 품, 단풍이 아니라도 좋았다. 

 

① 직전마을 - 표고막터 - 삼홍소 - 구계폭포 - 피아골대피소 : 2km (↑1시간/↓1시간30분)

② 피아골대피소 - 피아골삼거리 : 2km (↑2시간/↓1시간30분)

③ 피아골삼거리 - (오른쪽) - 임걸령 - 노루목 : 1.7km (↑1시간30분/↓1시간)

④ 노루목 - (왼쪽) - 반야봉 : 1km (↑1시간/↓1시간) [총 8.7km*2=17.4km] 

  *제시된 시간은 지리산 국립공원 제공 표준소요시간.  우리도 거의 비슷하게 걸렸다. 웬일? 코스장이 잡아 당겨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06:15 직전마을 끝에서 반야봉을 향해 출발한다. 햇살이 비치기 조금 전에 바라본 하늘에는 카시오페이아, 북두칠성이 손에 잡힐 듯했다. 
▲ 표고막터
▲ 반야봉에서 중봉-묘향대를 거쳐 내려오는 분도 있던데, 내 걸음으로는 되짚어오기에도 빡빡해서...

 

 

▲ 아래쪽에 표고막터 이정표가 있었지만, 실제 버섯을 재배했던 곳은 여기다. 오른쪽에 '피아골'의 지명 유래 안내문이 있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척박한 토양에도 잘 자라는 오곡 중의 하나이 피를 많이 심어 배고픔을 달랬다는 데서 피밭골이라 부르던 것이 점차 변화되어 피아골로 불려지게 되었고, 이곳 마을을 피 稷, 밭 田을 써서 직전稷田마을이라 부르고 있다) 
▲ 태풍 마이삭, 하이선으로 인한 것일까. 너덜을 지나는데 거대한 나무가 넘어져 있고, 그 나무를 베어서 길을 열어 놓았다. 

 

 

▲ 삼홍소.  단풍에 산이 붉게 타는 山紅, 붉은 단풍이 물에 비치어 물까지 붉게 보이는 水紅, 산홍과 수홍으로 사람의 얼굴이 붉어 보이는 人紅. 그래서 三紅沼. 하지만 아직은 산홍이 오지 않으니 수홍과 인홍도...
▲ 구계포교와 쉼터
▲ 비목나무 열매
▲ 피아골대피소에서 햇반과 부족한 생수를 살 계획이었는데... 주인장이 없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카레에 혹시나 하고 준비한 비상식량(비스킷)을 찍어 먹는 것으로...ㅠ.ㅠ
▲ 개여뀌
▲ 배풍등 열매 같아 보이는데...
▲ 불로교
▲ 드디어 피아골삼거리. 이제부터 노루목까지는 완만한 길이 시작된다. 
▲ 투구꽃
▲ 멸가치
▲ 멸가치 열매
▲ 임걸령 샘터
▲ 샘터 지나 임걸령 
▲ 노루목. 여기까지 거의 5시간 걸렸다. 반야봉까지는 참 진도가 안나가던데...
▲ 노고단 방향
▲ (알)며느리밥풀
▲ 천왕봉 쪽에는 짙은 구름이 감싸고 있어 그 모습을 쉬이 보여주질 않는다. 맑은 가을하늘 아래 짙은 운해를 그리워 했는데...

 

▲ 남부능선 쪽
▲ 삽주 마른 꽃
▲ 고지가 바로 저기다! 아, 반야봉
▲ 반야봉 정상.,사람들이 와글와글하다. 대피소를 폐쇄해서일까 주능선에서 비껴나 있는 반야봉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건 처음이다. 사진 찍느라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데, 운 좋게도 바톤 터치하는 공백의 시간을 포착.
▲ 노고단

 

▲ 잠깐 구름이 걷히면서 촛대봉이 보인다. 나뭇가지 아래쯤 멀리 천왕봉은 아직도...
▲ 구절초
▲ 정면에 보이는 것이 왕시루봉?
▲ 다시 노루목
▲ 피아골삼거리

 

▲ 구계폭포와 구계포교
▲ 노박덩굴
▲ 주홍서나물
▲ 참취
▲ 17:10 드디어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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