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0. 18.(일) "지금까지 이런 릿지는 없었다!" 네 발은 기본, 돈릿지 산행"
■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나서기는 했으나 며칠 전부터 불안한 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은 다녀와야...
결론!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그러나 그만큼 경치도 좋고 바위 타는 짜릿함도 쏠쏠하다. 밧줄이 잘 확보되어 있고(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비온 뒤가 아니라면 바위 표면이 미끄럽지 않기에 두어 군데 빼고는 웬만큼 팔힘이 있는 분은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원체 허벅지와 팔힘도 없고, 어깨질환도 있는데다 그다지 굵지 않은 밧줄에만 의지하기에는 불안하여 애먹었다. 내려와서는 스스로 대단하다고 자화자찬 대잔치.
<주의할 점>
- 바위가 우툴두툴하여 미끄럽지 않아서 좋으나 부딪치면 멍들기 쉽고 특히 잘 쪼개진다. 밧줄을 잡더라도 온전히 의지하기는 부담스럽고, 밧줄이 없는 구간도 있어 바위를 잡고 올라설 때는 반드시 흔들어보아 부서지지 않는지, 로프도 각도가 맞는지 삭은 곳이 없는지 당겨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잔돌이 떨어지기도 하니 앞 사람과 거리를 두고 있다가 다 올라가고 나면 움직이는 게 좋겠다.
- 구간마다 밧줄 굵기가 조금씩 달랐는데, 밧줄이 가늘거나 매듭이 없는 곳(간격이 넓은 곳)에서는 밧줄을 한 바퀴 감아서 잡았고, 혹시나 해서 울 표지기를 20m 정도 4겹으로 매듭을 매어 준비해갔다(활용할 일은 없었다만...).
※ 돈릿지(돈선생 릿지)
누군가가 올려놓은 인터넷상의 글에 의하면,
'부울경 걷사모' 회원인 돈선생(닉네임)이 지인들과 재약산(1,119m) 서릉 암벽을 몇개월에 걸쳐 산행하면서 밧줄을 설치하여 개척한 암벽 릿지로 10구간에 걸쳐 13개 정도의 밧줄이 달려있으며 경사도가 70~90도(나의 체감 경사도는 110도 이상)에 이르는 상급 릿지코스다. (진불암 갈림길 이후 위험한 바위들은 대부분 우회로가 있어 하단부만 잘 올라서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 표충사 주차장. 멀리 뾰족한 필봉이 반긴다.
▲ 결전의 장소, 돈릿지
▲ 효봉선사 부도탑. 하산은 문수봉-관음봉을 거쳐 부도탑 뒤로 하게 된다.
▲ 무게 중심을 잘 아는 사람의 솜씨
▲ 왼쪽 재약산부터 오른쪽 문수봉, 관음봉까지 더 가까이 보인다. 아, 돈릿지...심장이 뛰는데 가슴이 설레는 건지 떨고 있는 건지 모르것다.
▲ 오랫만에 만난 만수국아재비
▲ 갈림길, 왼쪽은 금강동천/한계암을 거쳐 천황산/사자봉으로 오르는 길. 오늘따라 직진하는 이들이 많은데, 다들 돈릿지로 가는 걸까?
▲ 오른쪽 내원암
▲ 갈림길. 왼쪽은 천황재로 이어진다. 우리는 직진.
▲ 다리를 건너,
▲ 단풍 든 마른 계곡길을 따라 올라간다.
▲ 다시 갈림길. 오른쪽은 진불암, 왼쪽이 돈릿지 들머리다. 안내/경고판이 제대로 왔음을 알려주는 셈이다.
▲ 울부경 걷사모를 비롯, 돈릿지 구간에 각종 표지기가 즐비하다.
▲ 부부 산객이 따라오는데 배낭의 모습이며, 등산화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선 거 같아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니 재약산 간단다. 돈릿지 타려고 하냐니까 역시나 아니라고.. 되돌아 가서 갈림길에서 안내팻말 따라 오른쪽 가면 진불암을 거쳐 재약산에 갈 수 있다고 알려 드리니, 미련 없이 가신다.
▲ 바닥에 안내/경고판 한번 더!
▲ 저기가 돈릿지 시작 지점인 모양이다.
▲ 산행금지라꼬?
▲ 몇 사람은 되돌아 내려온다. 상단 밧줄에 매듭고 없고 다리가 떨려서 못가겠단다. 일행 중 셋은 올라가고, 나머지 셋은 내려갈 거란다. 잠시 고민해보는 척한다(여기서 우짤끼고? 당연히 올라가야제). 여기서 포기하면 다시는 돈릿지는 못 오를거고, 다른 릿지도 못 가겠지. 더 나이들면 눈도 나빠지고, 균형감각도 무디어질텐데...
▲ 자잘하지만, 앞서 가는 사람들의 발길에서 계속 돌이 떨어져서 나무 틈에 숨어서 찍었더니 상단 왼쪽이 잘 안보인다. 하단은 릿지가 길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데, 상단에는 밧줄이 매듭이 없어 힘주어 잡기가 어렵고, 또 거기까지 올라서면 헐렁한 밧줄로 갈아타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돌아가야 하는데 왼쪽에 발을 놓을 수 있는 홈이 있다. 설 자리가 확보되기만 하면 웬만하면 사진을 찍는데, 일단 올라선 후에도 사진 찍을 생각 자체를 못했다.
▲ 사진 출처: sane8253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sane8253/1090)
▲ 사진 출처: 주유천산님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mmundi/222108742067). 볼트를 박아 밧줄을 설치해 놓은 모습이 확인된다. 그런데...저 볼트는 믿어도 되나? 그래서 밀양시 산림녹지과에서 '등산로를 폐쇄하고 로프를 자진철거해 달라'는 안내문을 붙인 것 같다.
▲ 왼쪽으로 돌아선 후 다시 직등. 밧줄도 잡고 바위를 잡고 기어오르기도 하면서...
▲ 첫 릿지에서 워낙 마음을 졸인 탓인지 두 번째 릿지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릿지 구간 전부 한 사람이 완전히 올라가야 다음 사람이 밧줄을 잡을 수 있어서 시간이 꽤 지체된다.
▲ 경치는 조오타, 오른쪽 능선에 필봉. 왼쪽 아래 저멀리 표충사도 보인다.
▲ 그다지 튼튼해 보이지 않은 고목을 발판 삼아 거머리처럼 붙어 올라선다.
▲ 완전 수직벽. 개척자가 나름 장치를 많이 해놓았다. 오른쪽 벽에 발판처럼 쇠붙이를 2군데 박고, 왼쪽 바위 틈에는 돌 조각을 끼워 최대한 배려했다는 게 느껴진다. 밑에서 보고 가늠할 때는 오른발은 쇠붙이, 왼발은 돌틈에 놓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허벅지와 팔힘이 없는 나로서는 막상 올라서는 데에 애를 먹고, 결국 마지막엔 무릎으로...
▲ 온통 가을빛으로 물든 산
▲ 남자 3분이 뒤따라 올라왔다. 서로 '대단하다'며 추켜 올려준다ㅎㅎ. 나무둥치에 칼집을 내어 발을 디딜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저 위치로는 내게는 각도가 맞지 않아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나무 지지대 윗부분을 왼쪽 바위 옴폭한 곳으로 방향을 바꾸니 오히려 쉽게 올라설 수 있었다. (※ 이전 산행기를 검색해보니, 저 나무가 왼쪽에 있었네. 다음 사람에게 피해를 준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지 알아서 가기")
▲ 아! 멀리 사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천황산/사자봉).
▲ 오른쪽 문수봉
▲ 문수봉과 관음봉
▲ 오르다가 왼쪽에 경치가 좋아서... 사진 찍으러 한 발 내딛는데도 심장이 쫄깃!(당시는 조마조마, 후덜덜ㅎㅎ)
▲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수직벽도 아닌데, 보기와는 달리 잡을 곳도 마땅치가 않고, 오를수록 만만치 않다. 여기만 올라서면 진불암 갈림길인데... 하는 희망으로 겨우겨우 어찌어찌 오른다. 위에서는 올라선 자들의 여유로운,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 진불암 갈림길에 올라서니 앞서 간 팀이 점심을 먹고 있다. 그 중의 한 분은 이미 오른 경험이 있는지 '이제 절반 올라왔다. 위험한 칼바위가 남았다.'고 한다. 흠...2/3 이상 올라온 거 아닌가? 왼쪽길은 천황재, 오른쪽은 진불암, 우리는 직진.
▲ 구절초(좌)와 맑은대쑥(우)
▲ 왼쪽에 보이는 것이 문수봉, 오른쪽 멀리 향로산. 소나무에 가려진 곳이 진불암 근처인 듯
▲ 우리도 표지기 하나 달아 놓고...
▲ 천황산/사자봉 아래 오밀조밀한 암릉의 모습들
▲ 우회로가 있어 굳이 릿지로 오를 필요는 없다.
▲ 저곳이 칼바위인 모양인데,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저기를 오르려면 네 발로 기어야 될 것 같다.
▲ 개쑥부쟁이도 거의 끝물이다.
▲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칼바위, 별 고민 없이 우회한다. 바위, 이제 탈 만큼 탔다.ㅠㅠ
▲ 이 정도는 올라줘야지
▲ 개척자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산죽을 헤치기 힘들까봐 밧줄로 묶어 길을 터 주었다.
▲ 마지막 바위. 저기를 올라서면 바로 재약산 정상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우회하여 오른다.
▲ 드디어, 드디어 정상이다. 해냈다... 다치지 않고 끝까지 온 것에 누구에겐가 모를 감사를 드린다.
▲ 간월산~신불산~영축산~함박등~죽바우등~시살등까지
▲ 문수봉~관음봉, 그너머 향로산, 왼쪽 머얼리 토곡산
▲ 진불암쪽으로 내려서기 위해 나무계단 대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직진하면 사자평
▲ 잡목을 헤치며 한참 내려서면 창고가 보이고,
▲ 이어서 갈림길. 직진하면 고사리분교터를 거쳐 표충사로 가는 길. 문수봉 방향은 이정표에 없다.
▲ 우리가 '기어' 올랐던 돈릿지와 재약산/수미봉 정상. 왼쪽 천황재 지나 천황산/사자봉
▲ 당겨본 모습
▲ 문수봉 정상석, 오른쪽 향로산을 넣어서 한 컷
▲ 왼쪽 영축능선을 넣어서 한 컷.
▲ 관음봉은 정상석이 없다. 누군가가 글자를 썼다가 약간 파놓은 것 같다.
▲ 천황산, 재약산에 이어 문수봉도 담아 본다. 문수봉 정상석도 까마득히 보인다. 서는 자리에 따라 약간씩 달라보이는 산들의 모습. 그래서 같은 산을 여러 번 와도 좋기만 한가보다.
▲ 문수봉과 관음봉
▲ 고사리분교터 쪽에서 내려오는 길에 합류한다. 이 길을 만나면 다 온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데, 표충사까지는 제법 걸어야 한다.
▲ 끝날 듯 이어지는 자잘한 돌길
▲ 효봉대선사 부도탑 뒤로~
▲ 오름길에서는 스틱을 쓰지 않고 접어서 배낭에 매고 다녔는데, 어느 나뭇가지에 걸렸을 때인지, 손잡이 부분이 날아가 버렸다. 그야말로 '영광의 상처'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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