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1. 10.(토) 몸이 뻣뻣할 정도로 추운 날, 집에 편안히 있지 나오기는 와 나오노?
양산 - 어곡지방산업단지 - 용선마을 - 에덴벨리CC - 배내골 - 선리 - 고점교 - (좌회전) - 성불사 - 전망대 - 삼각점 - 전망대 - 향로봉 - 갈림길 - (오른쪽) - 계곡 - 다람쥐캠프 안내팻말 - 당수나무 - 69번 국도 따라 걸어서 원점회귀
① 양산 - 어곡지방산업단지 - 용선마을 - 신불공원쪽 - 배내골 - 선리 - 고점교 - '성불사' 팻말 앞 (좌회전)
② 성불사 - 요사채 옆 산길(표지기 즐비) - 전망대 - 오르막 - 삼각점 - 704봉 - 전망대 - (692봉) - 향로봉 정상
③ 급내리막 - 갈림길 - (오른쪽) - 마른 계곡 - 그림 같은 산길 - 무덤 - 다람쥐캠프 안내팻말 - 당수나무
④ 69번 국도 따라 걷기(40분 가까이 소요)
■ 인터넷 검색창에서 '향로봉'을 입력하면 대부분 덕유산 향로봉에 대한 내용들이다. 국제신문 근교산 섹션에 소개된 지도를 준비하여 나섰다.
근데 주중에 포근한 날씨가 며칠 계속되더니 산행을 위해 기다리던 주말이 가까워오자 '전국에 강추위, 한파...' 며 난리다. 이런~. 그래도 AM25니께 가야지비. 대신 복면형 마스크도, 극지용 장갑도 챙기고. 평소보다 2시간이나 늦은 9시에 출발하는데도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볼에 와닿는 바람이 거의 칼 수준이다. 물에 약간 젖은 바짓가랑이가 뻣뻣이 얼어붙었다. 에고...
△ 배내골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밀양호가 보일 즈음 <고점교>를 지나자마자 펜션단지들이 보이고, 성불사 안내판을 보며 왼쪽으로.
△ 좌회전하여 들어서면 예쁘장한 집들이 집합한 펜션 단지. 산쪽으로 난 길이 보이는데, 이건 다른 펜션 가는 길이니 유의할 것. 패밀리펜션 앞 공터를 지나 왼쪽길을 따라 가면 성불사가 나온다.
■ 패밀리 펜션 앞 공터에 울 가마를 세우는데, 주인인 듯한 남자분이 나오기에 여기에 주차를 해도 되겠냐니까 자기 땅이 아니라 그런지 그다지 강력하지 않은 어투로 '주말이라 예약 손님이 많으니 다른 자리로 차를 옮겨 주면 고맙겠다' 한다. 그런데 성불사 앞에도 주차 공간은 넉넉지 않고...해서 그대로 주차하기로 했다.
아예 안 물어볼 걸 어쨌든 차를 빼주면 좋겠다는 주인장 청도 있었는데 그대로 두고 가려니 맘 불편해서 교란작전을 좀 폈다. 주인 차를 뺀 자리에 울 가마를 방향을 바꾸어 척! 하니 갖다 넣었다. 이것도 朝三暮四 격인가..ㅋ
△ 밀양호 근처 강가 바위들의 모습(배내천이 밀양호로 흘러 들어가는...)
△ 시멘트 포장 길이 끝날 즈음, 대형 입상인 금동불이 특징인 <성불사>가 있다. 소원을 성취하는 절이라는 거창한 안내문이 보이는데...뭔가 어수선한 게 고즈넉한 절집 분위기는 아니다. 오른쪽 요사채 옆으로 산길이 열려 있는데, 입구 나뭇가지에 각종 표지기가 즐비하다. 향로봉을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백마산, 향로산을 가기 위한 경로에 향로봉이 있어서겠지?
△ 처음부터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곳곳에 이런 암봉과 멋진 소나무가 여러 번 이어진다.
△ 첫 전망대에서..왼쪽 봉우리는 안전산 정상이 아니고, 배태고개에서 오르기 시작하면 산불 초소 지나 처음 만나는 곳에 누군가가 작은 돌에 '안전산지'라고 표시해 놓은 곳이다.
△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염수봉도 보인다.
■ 계속되는 오르막. 너른 무덤터를 지나면 전망대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바위 사이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용틀임하듯 자리잡고 있고...바위 사이로 밀양댐의 물이 눈이 시리도록 푸른데.. 이후는 전망이 더 좋지 않아 결국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위 위에 올라가볼 걸...이럴 때는 또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있다. 가슴에 담았으면 되었지..ㅋ 이 산자락이 명당인지 오름길 내내 제법 너른 터에 자리 잡은 무덤이 보인다.
걷기에 불편한 건 없지만 제법 급경사라 속도는 점점 느려지는데, 어디서 부딪쳤는지 오른쪽 발목 복숭아뼈 위가 등산화에 닿을 때마다 뜨끔뜨끔한다. 인상 좀 쓰고 걷고 있으니 코스장님이 날씨도 춥고 가기 싫으니 꾀 부리는 거라며 다그치면서, '자꾸 그러면 놔두고 가 삐린다'며 협박한다. 그러더니 얼른 말을 줏어 담는다. '아이다, 이쯤에서 두고가면 안 따라오고 도로 내려가겠제.'
△ 지도에는 434봉이라고 되어 있는데, <최남준 님>의 팻말에는 508.2m라고 되어 있어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433.9봉은 따로 있었다. 삼각점이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올라가면서 433.9봉(지도상의 434봉)을 놓쳐 버린 거다.
■ 잠시 후 또다시 큰 묘지. 왼쪽으로 제법 운치 있는 산길이다. 첫 내리막길이 나올 즈음, 뒤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부부인 듯 두 사람이 '내리막인데, 이상한데...'하더니 우리 보고 정상이 어디냐고 묻는다. 어디 가는 길이냐고 하니 그냥 올라와 봤단다. 옷차림은 완벽한 등산객인데, 목표도 없이 나서서 정상이 어디냐니..ㅋ 일단 향로봉 가는 길인데 고개 두 개 정도 더 넘어야 한다니까 자기들은 포기하고 돌아가겠단다.
복숭아뼈 위가 여전히 불편해서 신발 사이에 휴지뭉치를 꽂아서 안닿게도 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주로 해를 등지고 걷는 방향이라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잠시 응달에 들어서면 엉덩이가 시리고, 볼에 와닿는 바람은 칼 처럼 후벼파고, 귀는 떨어져 나갈 거 같고. 이런 날 뜨신 방에서 테레비나 볼 것이제, 왜 나왔을꼬 하며 서로 마주보며 싱겁게 웃는데... 언제 나타났는지 뒤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대여섯 명, 잠시 후 또 다시 대여섯 명...<산행랜드>라는 리본을 배낭에 달고 빠른 발걸음으로 진행하는 팀이 한 무리 추월해 지나간다. 차가운 날씨인데도 다들 얼마나 속도를 내어 걸어 온 것인지 머리칼에 땀방울이 맺혔다가 뚝뚝 떨어진다.
저래 빨리 기를 쓰고 가면 누가 상 주나~?
△ 704봉을 넘어 내리막길 후 오른쪽에 이끼가 끼어 있는 깨진 바위 전망대에서...
왼쪽부터 향로산, 재약봉 - 이어서 정면 쪽으로 신불산, 죽바우등, 오룡산 등이 보이지만, 역시 고사목에 가려 사진 찍기는 불편하다.
■ 향로봉 가는 길, 어느 나뭇가지에 처음 보는 표지기가 눈길을 끈다. <단장지맥 종주>..아마 단장천을 이루는 산세라서 이름 붙인 모양이다. 그 이름이 특이해서라기보다는 그 아래에 적어놓은 산 이름들 - 향로봉, 백마산, 향로산, 재약봉, 수미봉, 사자봉, 정승봉, 실혜산, 정각산, 승학산 - 위에서부터 하나씩 읽어내려 가니 우리가 안 가본 산은 승학산 하나다. 참 우리 정금조응도 어지간히 다닌 셈이지. 다 코스장님 덕분이여유~
△ 짐승들이 회의하던 곳인가 제법 너른 공터(마치 헬기장이었던 것 같은)를 지나고 조금 더 걸어가면 어? 여기가 <향로봉> 정상이다. 조망도 별로 없고 별 특징이 없어 자칫하면 스쳐 지나갈 만한 곳에 '성불사 3.49km/백마산 3.73km' 라는 스테인리스 이정표가 서 있고, 맞은 편 나뭇가지에 흰색 간이팻말이 정상임을 알려준다.
■ 하산길을 급내리막이다. 응달이라 그런지 지난 번에 내린 눈이 남아 얼어붙어 꼼딱마라다. 안그래도 내리막만 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몸이 뻣뻣한데다 복숭아뼈 위가 내리막길을 만나니 더 괴롭다. 내리막이 끝날 즈음,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백마산 가는 길, 우리는 오른쪽으로 내려섰다. 물이 없는 마른 계곡을 건너 산 허리를 휘감듯 산길이 이어진다. 바위 뒤에서 떡국을 끓여 늦은 점심을 먹고, 사과도 먹고, 녹차도 마시고...양지였으면 낙엽을 이불 삼아 한숨 자고 싶겠다.
계곡과 나란히 길이 이어지는데 이상한 점은 길 옆에 철조망이 박혀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겠는데, 그 너머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 일부러 품을 들여 철조망을 만들었을까?
△ 보기에도 호젓한 그림같은 산길. '정금길은 조응길!!' 조응길이 아니고 좋은 길인데...ㅋ
△ 무덤을 지나 내려오면 과수원 내로 이어진다. 길 따라 걸어나오니 과수원 녹색 철문이 가로막고..그 오른쪽 담벼락으로 내려섰다.
△ 고점교까지 걸어나오는 길...도중에 풍호대.
■ 저 산 모퉁이만 지나면 되는데..하고 걷기 시작했으나 선리에서 고점까지는 거의 10리길인 것 같다. 산길은 몇 시간씩 걸어도 허리 아프다는 생각은 안들고 힘들지만 지겹지는 않은데, 앞뒤로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가며 아스팔트 포장길을 40분 정도 걷고 나니 허리도 아프고 피곤함이 불쑥 다가선다.
이러다 인간 세상 베리고 산에 들어가야 할 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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