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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영남알프스

가지북릉(2)-가지산(1,241m)(5) : 운문사 기점

by 참 좋은 당신 2008. 11. 9.

* 2008.11.8.(토)  가지북릉에는 꼭 이런 날씨에만 가지...지옥 훈련이 따로 없다! 

 

운문사 - 사리암주차장 - 합수점 - 오른쪽 심심이계곡쪽 - 왼쪽 능선 합류 - 폐헬기장 - 밧줄구간 - 암릉지대 - 가지북릉 - 가지산 - 쌀바위쪽 - 헬기장 - 왼쪽길 - 학소대 - 계곡 - 능선 - 합수점 - 원점회귀

 

①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 - 밀양방면 24번 국도 - 궁근정리 - 운문령 - 운문사 - 사리암 주차장

② 큰골 건너 - 합수점 - 오른쪽 심심이계곡쪽 - 왼쪽 능선에 합류 - 폐헬기장

③ 밧줄구간 - 암릉지대 - 가지북릉 - 가지산 - 나무계단 - 쌀바위쪽 - 헬기장- 왼쪽으로 - 끝없는 너덜길

④ 산죽지대 - 사거리 - 왼쪽 - 학소대 - 계곡 넘나들기 - 왼쪽 능선 - 합수점 - 원점회귀

 

 

  

■  가지산행의 백미이자 정상 오르는 젤 긴 코스가 가지북릉 코스라고 한다. 합수점 부근에서 가지산 정상까지 4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하니. 올 1월에 가지북릉을 오르면서 뜻하지 않게 눈을 만나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그 눈꽃천지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코스장님은 가을이 가기 전 단풍든 가지북릉에 함 가봐야지 벼루고 있었고. 천문사에서 출발하면 나 같은 초보에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 조금 더 가까운 사리암 주차장은 일요일에는 개방하지 않고...그래서 휴무 토요일을 D데이로 잡고, 그것도 불안해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운문사를 통과할 무렵, 매표소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음! 출발이 순조롭군. 이젠 사리암 들어가는 입구만 통과하면 되는데...초소에 불이 켜진 것 같은데 하고 걱정하는데 앞서 가던 택시가 그냥 통과하는 게 보인다. 아싸아아~~, 그런데 어제에 이어 아침에도 안개비가 흩뿌린다. 걱정이다. 눈밭에서 미끄러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 비가 오면 바위가 미끄러워 또 엉엉 울어야 할 지 모르는데...  

 

 

 

 

△ 사리암 주차장, 소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끈다. 그 왼쪽 뒤로 우리가 올라갈 가지북릉도 보인다.

8시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차가 50대 정도 빼곡하다. 내려서 걷는 사람들은 등산복 차림이지만 대부분 사리암을 향한다. '기도빨'이 잘 받는 사찰이라고 소문난 만큼 수능을 앞두어서 그런가보다.

 

 

△ 큰골을 건너야 한다

 

 

■ 물이 별로 없어 건너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큰골을 건너가는데 입구에서 50대 남자분 둘이서 요기를 하고 있다가 묻는다.   "그리로 가면 어데 가능교?"  "운문산도 가고, 가지산도 갑니다"  "운문산도예? 운문산까지는 얼마나 걸리는데요?"  "4시간..."   "예? 4시간요?" 이때 코스장님쪽으로 돌아보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다가 황급히 손을 내리며,  "4시간 하면 갔다가 돌아온다고요."   나원 참...머리가 좋아 수습도 잘하셔..

 

   

 

 

△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가 다시 안개비가 되었다가...멀리 하늘을 보니 개일 것 같지가 않아 마음이 무겁다. 코스장님의 눈치를 보니 'AM25인데 무슨 말이냐'는 듯 표정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 사실 가고 싶기도 하고, 가는 곳이 다른 데도 아닌 '가지북릉'이니 겁나기도 하고...

 

 

 △ 합수점(학심이골+심심이골). 왼쪽은 우리가 하산한 길(학심이골로 가는 길)이고, 우리는 오른쪽 심심이골로 들어서서 3-4분 후 왼쪽 능선으로 올라섰다. 학심이골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능선이다. 

 

 

△ 바스락거리는 색색의 낙엽을 밟으며...지난 번 보았던 아치형 나무가 아직 그대로라며 반가워 하면서 사진찍고 할 때만 해도 괜찮았지.

 

 

△ 꼬불꼬불 나선형 산길을 따라 오르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 헬기장을 지나니 산죽터널과 함께 본격 밧줄 구간(4-5차례)이 시작된다.  

 

 

 

■ 비는 거의 그쳤지만, 짙은 안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바람이 세차서 겨울 산행 저리가라다. 사람 키만한 산죽터널을 지나다 보니 산죽 이파리에 가득 고여 있던 빗물이 바지를 적시고, 양말을 타고 신발까지 흘러내린다. 장갑이 젖어 벗으니 바위며 밧줄을 잡기가 어렵고, 다시 껴 보니 손이 시릴 정도다. 잠시 쉬면서 홀짝 거리는 커피 한 모금이 눈물 날 만큼 고맙다.

 

 

 

 

△ 칼날 같은 바위 끝에 의연히 서 있는 소나무

 

 

△ 일명 엉바위. 지난 번 여기를 지날 때 눈마저 얼어붙어 선뜻 내려설 엄두를 못내고 종종거리다가 결국은 엉엉 울어버렸다는...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ㅋ (내려와서 올려다 보며 찍은 것)

 

 

△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정금정 후보.

 

 

△ 드디어 가지북릉. 어떤 성질 급한 사람이 부러뜨렸다는데, 누군가가 또 붙여 놓았다. 하긴 가지산에 이르는 북쪽 능선인데, 여기가 능선에서 제일 높은 지점이긴 하지만, 높이까지 표시한 정상석을 세운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다. 한편으론 정상석은 산꼭대기에만 세워야 한다는 것이 막힌 생각인 것 같기도...

 

 

△ 가지산을 향하면서 올려다 본 봉우리.

 

 

 

■ 평소 같으면 암릉 근처서 조망을 즐기면서 느긋이 점심을 먹었을 시간이지만, 배가 고파도 추운데다 다시 비가 흩뿌리니 어디 앉아서 밥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단 가지산 대피소에 가서 김 훌훌 나는 라면과 함께 밥을 먹기로 하고... 그런데 가지북릉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또 왜 이리 멀다냐? 30분이면 갈 거라 생각했는데 여의치가 않다. 다시 산죽터널이 나오고(정상이 가까워진 표시지?ㅋㅋ), 반쯤 포기하고 지칠 때쯤 가지산 정상 아래 대피소 천막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구에 '쌀바위 가는 길 아님'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서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화장실로 쓰는 건지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상에! 비옷을 입은 채 식사를 하고 있는 떼거리들로 산장 안이 빼곡하다. 입구쪽 문을 열고 또 4-5명이 들이치고...맘 좋은 아저씨 한 분이 '그래도 밖에서 먹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 며 들어오라고 권하고, 서둘러 식사를 끝내시더니 짐을 챙겨서 일어나 주신다. 덕분에 한 자리 잡고 앉아 라면을 시킨다,사람 수대로가 아니라서 미안해 하면서. 우짜냐..그래도 준비해 간 도시락도 해결해야 하니께..  탁자 위 철사줄에 가득한 표지기들 사이에서 우리 것도 발견했다. 노란색을 하나 더 달고 싶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 교란작전도 펼 수 없고...포기하고 다음 사람을 위해 서둘러 일어섰다.

 

 

 

 

△ 교회에서 온 팀들 사진 찍어주고, 두세 차례 기다린 끝에 정상석 촬영. 날이 너무 흐리고 어두운데다 정상석이 비에 젖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다. (밝게 처리한 사진)

 

 

△ 나무 계단을 내려와 조금 더 가면 헬기장. 나무 팻말 뒷쪽으로 길이 나있다.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길

 

 

△ 또 산죽터널. 역시 사람 키를 넘어설 만한 높이다. 다시 바지가 젖고, 양말도, 신발도...패잔병의 모습으로 걸어내려 간다.

 

 

△ 학심이골 하산길에서 바라본 가지북릉의 모습. 왼쪽 안개에 가려진 것이 가지북릉 정상 쪽이고, 오른쪽 볼록한 암봉이 '귀바위'라고도 불린다는 바위다. 코스장님은 '엉바위'라고 명명하셨던가..

 

 

△ 색색의 단풍 모습

 

 

■ 엄청난 너덜이 계속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인데다 낙엽이 수북하여 길을 찾기가 아주 어렵다. 계곡을 따라 가면서 잠시 마음을 놓으면 길이 안보이고, 고개 들어 살피면 반대쪽에 표지기가 한둘 보여 그리로 진행, 가다 보면 또 길이 아닌 듯...반복이다. 게다가 바위가 비에 젖어 미끄럽고, 낙엽도 한몫하여 몇 번씩이나 미끄러져 엉덩방아. 

 

 

 

△ 올해는 가뭄이 심하여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말라버렸던데, 여기는 계곡이 깊어서인지 당단풍잎이 선홍빛으로 눈을 찌를 듯하다.

 

 

■ 너덜길이 끝나면서 산죽터널을 빠져나오니 갈림길이 기다린다. 직진하려다가 혹 배넘이재 쪽인가 싶어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결과로 보면 직진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왼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멀리 폭포와 함께 깊은 소가 보인다. 폭포까지 접근하는 것도 꽤 위험했다. 일종의 너덜을 지나야 하는데 역시 비에 젖은 돌들이 미끄러워서...

 

 

 

 

△ 학소대 제2폭포. 수량이 적어서 왼쪽 폭포는 앵글에 담지 못했다. 아래의 沼 규모가 엄청나다. 날씨 탓인지 좀 음침해 보이기도 하고. 여름에 오면 끝내주겠다 싶다.

 

 

△ 어떤 이는 <학소대> 찾는 게 보물찾기라 하더만...소 아래 오른쪽 바위에 선명하게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학이 모여 들어서 학소대라고 했다나.

 

 

 

■ 학소대 위 높은 바위로 올라섰는데 다시 반대쪽으로 내려가야 한단다. 이전에 오르내렸던 바위와 별 다를 바 없고 조금 더 경사진 것밖에 없는데, 이상하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죽기보다 싫을 정도로...눈물이 앞을 가린다. 결국 내려섰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코스장님이 조금 더 내려가서 길을 살필 동안 고개 들어 멀리 바라보니 우리가 온 반대쪽에 노란 표지기가 보인다. 도로 올라가서 표지기 있는 쪽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또 밧줄구간, 계곡을 따라 왼쪽 오른쪽 넘나들며 길을 찾느라 고생 쫌 했다.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인 듯한데 표지기가 달려 있어 우리처럼 쉬면서 매었나 했는데, 나중에 다른 산행기를 읽어보니 자일을 몸에 감고 계곡산행을 하면서 매단 것 같았다.

 

 

 

   

 

△ 학심이 좌골과 우골의 합수점. 여름이라면 일부러 함 미끄러져 보겠는디..ㅋ

 

 

 

■ 그나마 다행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능선길을 찾아서...아까 같은 계곡길을 해지고 나서 헤맨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길바닥에는 돌 투성이다. 안보이는 게 좋은 점도 있었다. 돌을 빤히 보면서 걸으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피해보려고 용을 쓰겠지만 아예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걸어지는 것 같았다. 어둑했던 주위가 어느새 캄캄해지고, 서로의 숨소리와 목소리에 의지해가며 큰골까지 걸어가는 길이 어찌 그리도 멀던지...하지만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랴.  6시가 넘었다. 이제 멀리 사리암 올라가는 길의 가로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 왔구나...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쐬주 한 잔 안할 수 없다. 살아 돌아온 기념으로...사실 나야 믿는 구석이 있었지만, 대원의 무사 귀환을 책임지고 있는 코스장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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