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10. 5.(일)
山이 가진 다양한 얼굴! 계절 따라, 방향 따라, 내 마음 따라...
신대구 고속도로 밀양 IC - 언양 방면 - 원서리 - 석골사 - 2번째 이정표 - 범봉 - 900봉 - 팔풍치 - (깨진바위) - 억산 - 갈림길 - (왼쪽) - 헬기장 - 석골사 원점회귀
① 원서리 원서교 - 석골사 주차장 - 석골폭포 - 석골사 - 등산안내도 - 돌길 - 이정표
② 계곡 건너 - 암릉지대(밧줄) - 전망바위(이정표) - 능선 - 잇따른 전망대
③ 무덤 - 계속 오르막 - 범봉 - 900봉 - 팔풍치 - 깨진바위 옆 - 억산 정상
④ 헬기장 - 갈림길 - (왼쪽) - 잔돌 가득한 급경사 내리막 - 등산안내도 - 석골사
■ 지난 주 에베로릿지를 오르며 원적외선을 맘껏 흡수한데다 스릴과 짜릿함까지 느꼈으니, 이번 주는 한 없이 걸어보자~, 그래서 선택한 코스다. 2007년 7월에 운문산 갔다가 범봉을 거쳐 오기로 했으나 놓친 이후 꼭 한 번은 가봐야지 했다가 이제야 가게 되었다. 아침부터 하늘은 잔뜩 찌푸려 온 세상은 회색빛이고 이따금 가는 빗방울이 차창에 내려앉는다. 그래도 가야지 뭐. 「AM25 회칙 제1조 = 웃비 엄스면 발출!」이니께 ㅋㅋ
그동안 이왕이면 새로운 산에 오르고자 했다. 새로움을 느끼기 위해서였는데, 산을 오르내리면서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지, 얼마나 무지의 소산인지 반성하게 된다. '山'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몰랐다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산 색이 바뀌면 분위기마저 달라지고, 산을 바라보는 거리와 방향, 이에 따른 조망도 계절의 변화 못지 않은 변수인 듯하다. 게다가 산을 오르내릴 때 나의 감정 상태와 그 즈음의 일상에 따라서도 달리 보이니... 뒷산만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무슨 재미로 다니나 했던 아둔한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 석골사 담벼락에 장승을 이용한 안내판이 있다. 뭐라고 썼던 것일까? '수행도량이니 정숙...'?
△ 석골사를 끼고 올라가는 길
△ 제법 큰 돌이 섞인 길을 가다가 계곡을 건너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맞은편 운문산 쪽으로 보이는 치마바위. 벌써 단풍이...
△ 이런 암릉구간도 있다. 운문산 갈 때 여러 번 지나갔던 길이지만 또 새롭다.
△ 암릉구간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제법 널찍한 갈림길 쉼터. 딱밭재를 거쳐 범봉으로 갈 수도 있으나, 우리는 능선을 타기 위해 이정표를 따르기로 한다. 운문산까지 거리의 반밖에 안되는 1.36km라고 얕잡아 보다가 큰 코 다친다, 아니 다쳤다!! 엄청 멀었다. 왼쪽 갈림길로 들어서면 예상과는 달리 오던 길을 거슬러가는 듯한 느낌의 내리막길이 나오는데,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여 능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걱정할 것 없이 가면 된다.
(우리는 '풍수지리에 능한' 코스장님의 신중함에 힘입어 되돌아 나오다가 다시 진행하였음ㅋ)
△ 첫 번째 전망바위에서... 10시 방향으로 정구지바위가 보인다. 머릿속에는 늘 '부추바위'로 남아 있는데, 똑같은 말인데도 정구지바위와 부추바위의 느낌은 영 다르다.
△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멀리 억산의 깨진바위의 모습. 늘 보던 모습과는 또다른 위용을 보여준다.
△ 흐린 날씨지만, 흰 바위가 인상적인 수리봉과 뾰족한 문바위가 뚜렷이 확인되고, 둘 사이로 북암산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 세 번째 전망바위에서...깨진 바위, 그 오른쪽 툭 꺼진 곳이 '팔풍치(팔풍재)', 이어서 900봉
△ 900봉 오른쪽에 범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실은 보이는 저 곳이 범봉이 아니고 그 너머로 한참을 더 가야 한다.
△ 올해 처음 만난 <용담>, 꽃봉오리만 보여서 활짝 핀 게 있으면 찍을까 하다가 일단 카메라에 담아 봤는데, 하산할 때까지 용담의 모습은 더 이상 발견하지 못했다.
■ 잇따른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는 끝내주지만, 범봉은 생각보다 멀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이제 범봉인가?' 하는 기대감은 매번 실망으로 변하고...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을 지나고부터는 암봉 대신 부드러운 흙길이다. 월동 준비를 하는지 오늘따라 다람쥐가 자주 보인다. 하지만 쉽게 앵글에 잡히진 않는다. 아무 기대도 없이 쳐다보고 있으면 쪼르륵 다가 오다가 욕심이 나서 카메라에 살짝 손을 대려고 하면 쏜살 같이 달아나 버리고... 하긴 정족산에서 그리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행운이지 뭐.
△ 범봉 전 마지막 전망바위. 운문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운문북릉...독수리바위의 모습이 약간 보인다.
△ 눈꽃 천지였던 가지북릉 산행... 천 길 낭떠러지인 줄도 모르고 네 발로 기어오르고, 아이젠도 없이 얼음바위를 내려서며 두려움에 울기도 했지. 가지산 대피소에서 먹었던 라면과 오뎅의 그 맛을 잊을 수 있을까?
△ 범봉 정상. 정상석은 따로 없고, 예전에는 헬기장이었던 듯 제법 너른 공터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까지 올라온 거리가 1.62m인데, 억산까지 다시 1.7km라? 도상거리라고 하지만 감을 잡기가 어렵다.
△ 저것 좀 보게나...아래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금방 다가설 듯하던 범봉까지의 거리를. 주름처럼 접혀 있던 능선이 펼쳐진 듯 무지 길다. 하긴 오늘 산행의 테마는 '하염없이 걷자!' 아니던가..
■ 가끔 한두 방울 비가 뿌려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으면 거짓말 같이 비는 사라지고, 괜찮다 싶어 벗으면 또 한두 방울. 범봉 지나 900봉. 지도상으로 보면 주능선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데 900봉에서 오른쪽 지능선을 타면 호거대 가는 길이다.
출발부터 몸이 무겁다 싶더니...팔풍재에서 억산까지(0.6km라는데)도 왜 그리 먼지. 900봉 근처에서 깨진바위의 멋진 모습(평소 아래에서 보던 모습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을 찍으려다가 더 조망이 멋진 곳이 있으리라 믿고 오다보니 별로다. 억산으로 향하는 길 대신 전망 좋은 곳을 찾다가 길을 놓쳐 능선까지 길을 만들어 가며 거슬러 오르는 알바를 30분 정도 하고나니 더욱 힘이 쪼옥 빠진다(코스장님! 원망하는 건 아니어요. 전망 좋은 곳에서 찍사 하라고 배려하신 건데, 그걸 왜 모르겠시유~)
엄청난 규모의 바위가 막아선다. 이 길을 분명 지나갔으면서도 처음 지나가는 듯 생소하고, 기운은 없고...빤히 보이는데도 다가서지지 않는 억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몇 팀은 깨진바위쪽으로 가는 모양이다. 우리는 바위를 돌아 억산 정상으로 향한다. 늘 50분 걷고 쉬던 규칙을 버리고 초반에 푸욱 쉬고 내쳐 걷는 바람에 호흡 조절이 안되었는지 죽갔다...헥헥!!
△ 드디어 억산 정상! 어떤 사람이 정상석 앞에 앉아 있어서 카메라를 들고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한참 만에 인심 쓰듯이 옆으로 비켜서면서 찍으란다. 이럴 때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하게 '사진 좀 찍을게요'하고 의사를 밝히면 될 걸 말도 못하면서 속으로만 구시렁댄다. '좀 알아서 비켜주지. 하필 정상석 앞에 앉았냐. 하며. 참 나쁜 승질이여~ 분명 있어야 할 울 표지기는 안 보인다.
△ 정상 아래 바위에서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깨진 바위의 모습
△ 운무에 가려지는 산군들의 모습. 위치 가늠을 위해 왼쪽에 깨진 바위를 넣어 찍어 보았다. 900봉에서 깨진 바위로 향하면서 오른쪽 능선을 탈 뻔했지. 900봉 너머 범봉이 보이고, 구름에 싸인 것이 운문산 쪽이다.
△ 억산 정상 - 헬기장 - 갈림길 지나 숲속에서 발견한 울 표지기. 2006년 12월에 매었던 수제(手製) 표지기다. 아직 'AM25' 글자가 선명하다. 누가 자른 것인지 가지를 쳐낸 것인지...아까 줏은 것은 윗부분만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윗부분이 잘려진 채 나머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발견한 것만 해도 어디냐 가슴을 쓸어내린다. 근처 나뭇가지에 새 표지기와 함께 다시 묶어 두었다. 또 없어질지라도..
△ 석골사로 내려서는 계곡길에서...2006년 왔을 때 누군가가 쌓아놓은 돌무덤에 '다리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하며 돌을 얹으면서 무너뜨리는 바람에 새로 쌓았었다.
△ 석골사에 거의 다 왔을 무렵...앞서 가던 코스장님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겁을 내면서도 고개를 빼고 보니 독사다. 징그럽다 하면서도 또 호기심도 발동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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