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10.11.(일) 은빛 억새의 향연 속, 천황산/사자봉을 눈앞에 두고 발길 돌리는 아쉬움
주암마을 - 심종태바위 - 982봉 - 쉼터 - 이정표 - (왼쪽) - 재약산 - 천왕재 - (오른쪽) - 이정표 - 쉼터 - (왼쪽) - 주암계곡 - 원점회귀
① 배내골 - 대리 - 베네통하우스 직전 - (왼쪽) - 주암마을 - 볼록거울 앞에서 왼쪽 - 금덕암 입구 지나 주차장
② 화장실 왼쪽길 - 계곡합수점 - 오른쪽 산길 - 가파른 오르막 - 심종태바위
③ 능선 - 982봉 - 쉼터 - 이정표 - (왼쪽) - 갈림길 - (왼쪽) - 재약산 정상
④ 되돌아 나와 갈림길 - (왼쪽) - 천황재 - (오른쪽) - 쉼터 - 갈림길 - (왼쪽) - 주암계곡 - 주암마을 주차장
■ 초보 주제에 영남알프스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한 탓에 집 가까이 산보다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근처에서 맴도는 것이 오히려 더 맘이 편하다ㅋㅋ. 다른 산들은 서너 번씩 올랐으나 이상하게도 재약산은 인연이 닿지 않아 한 번밖에 오르지 못해 호시탐탐하다가 드디어 두 번째 산행을 한다.
전날 밤늦은 시각까지 노니느라 평소보다 늦은 9시에야 발출! 석남사와 원동, 어느 쪽으로 접근하는 게 나을까 하다가 어곡-신불공원으로 하여 배내골로 들어서기로 했다. 파래소 유스호스텔을 지나고, 대리를 지나 한참 간다. 이러다 배내고개까지 가는 게 아닌가 걱정할 무렵 길 왼쪽의 베내통하우스(음식점)를 발견. U턴하여 옆 골목으로 들어서니 주암마을 안내석이 보인다. 언양 쪽에서 들어서면 보이도록 되어 있는 셈이다.
△ 주암마을 주차장의 모습. 생각보다 꽤 넓은 공터에 이미 많은 차가 보인다. 오늘 유독 사람이 많다기보다는 우리 출발 시각이 늦은 셈이다. 간이 화장실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심종태 바위를 거쳐 재약산에 오른다. 화장실 오른쪽에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어 대부분 그리로 오르지만 우리는 그 길로 내려올 것이다.
△ 계곡 합수점. 물을 건너 오른쪽 산길로 본격적 산행이 시작된다. 나뭇가지에 각종 표지기가 즐비하다.
■ 제법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대부분 산은 오르다 보면 평길도 나오는데, 이 길은 줄곧 된비알. 그래도 억산처럼 잔돌 섞인 완만한 오르막보다는 훨 낫다. 10분 쯤 지나면 故 김태근씨 추모비가 있다고 했는데 지나쳐 버렸다. 돌아와서 다른 산행기를 읽어보니 비석이 아니라 널찍한 바위 위에 붙인 '추모판'이란다.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특별한 모습의 바위도 아니고 산 속에 널린 게 바위인데 헥헥거리고 오르면서 이 바위 저 바위 살펴 볼 기운이 있나, 어디..
△ (내려다 본 모습) 심종태바위에 올라서려면 꽤 높은 직벽에 밧줄 두 개가 있다. 바위에 올라서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니 주암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이제부터 완만한 능선길이 시작되면서 곳곳에 전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오른쪽에 천황산 정상이 보이고, 왼쪽이 재약산 방향이지만 아직 정상은 안보인다.
△ 몇 차례 암봉을 에돌아 오르면 가파른 암벽에 멋진 소나무. 매일 이런 모습만 눈에 담고 살면 좋것다.
△ 천황산이 더욱 가깝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암봉 사이 '오매! 단풍 들것네'
△ 되돌아 본 심종태 바위
■ 일직선상으로 보이던 능선길은 막상 들어서자 병풍처럼 접혀 있다 풀어진 듯 의외로 멀지만, 기분 좋은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철쭉과 떡갈나무 터널이 나오다가도 갑자기 시야가 환해지며 조망이 터지고...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될 즈음 푸른 산죽이 우리를 맞는다.
"코스장님, 산죽이 나왔어요~"
"그냥 말하는데 왠지 어감이 이상하네"
영축산 오르면서 산죽이 나오면 정상이 가깝다고 설명해줬는데 그때부터 정상까지는 한참이었걸랑~ ㅋㅋ
△ 저멀리 재약산, 왼쪽 산자락 너머 향로산의 모습도...
△ 용담. 지난 번 범봉에서 봉오리만 맺혀 있던 모습을 보았는데, 일 주일 사이에 곳곳에 만개한 모습이 지천이다.
■ 982봉을 지나 만나는 갈림길 근처 바위에서 도시락을 풀었다. 에공~ 쌈장은 있는데 상추쌈은 안갖고 왔네..
완벽하게 챙겨오는 날이 없다. 주암마을 근처서 준비해온 지도를 펼칠 때만 해도 자랑스러워서 '에헴~'하며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힘주었건만... 상추에 비하면 깔개 까먹은 건 양반 수준이다. 근데 쌈장에 밥 비벼먹는 맛도 일품이다!! 남부럽지 않게 커피도 한 잔하고 일어선다.
△ 햇빛에 빛나는 억새 물결 사이로 나무로 정비된 길이 이어지고...이정표를 지나면 쉼터가 있다. 쉼터에는 간단한 먹거리도 파는데 세상에!! 오뎅 하나에 천 원이다. 올라갈 때는 점심 직후라 그냥 지나치고, 내려오는 길에 사 먹었다. 그 높은 가지산 대피소에서도 3개 이천 원인디...하긴 비싸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지.
△ 쉼터를 지나 숲 사이로 들어서서 얼마 가지 않아 갈림길이 나오고 오래된 팻말이 있다. 재약산 쪽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고, 천황산 쪽은 떨어진 것을 누가 손으로 써서 붙여 놓았다. 그나마 글자라도 제대로 썼으면 좋았을 걸(천왕산이라고 되어 있다)
△ 재약산 정상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 이름에서 연상되는 억셈과는 달리 여린 바람에도 흔들리는 연약한 억새. 투명한 햇살 속에서 절정의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역광에 반사되는 저 모습도 멋지지만, 석양에 비친 홍조 띤 모습과 달빛에 젖은 애잔한 모습은 또 얼마나 멋질까? 언제고 억새와 함께 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날이 오겠지.
△ 재약산 정상. 몇 사람 겨우 설 수 있을 정도로 좁은데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붐벼 사진도 제대로 찍기 어렵다. 비켜달라 소리를 못해 눈치만 보고 있는데, 한 여자분은 비키기 귀찮은지 정상석 뒤에 숨바꼭질하듯 숨는다. 그래도 사진에 나왔네...
△ 정상 아래 암봉 위에서...정면에 천황산, 그 오른쪽 능선 너머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운문산.
△ 천황산 능선 오른쪽...샘물상회 너머로 가지산과 중봉, 저 멀리 흐릿하게 고헌산도 보인다.
△ 반대편 산군들의 파노라마.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 영축산 오른쪽으로 함박등과 채이등, 죽바우등
△ 죽바우등에 이어 시살등과 오룡산도.
△ 더 오른쪽 멀리 어슴푸레하게 '능걸산, 뒷삐알산, 염수봉이...ㄴ듯 보여요'. 사진을 찍고 있으니 코스장님이 말끝을 흐린다.ㅋ
△ 산자락 곳곳이 암봉이다. 그 사이에 단풍은 곱게 물들어 가고...노란 것은 상수리나무, 철쭉이 많고 저 새빨간 것은 단풍나무, 개옻나무일테지.
△ 천황산 왼쪽 능선 너머 뾰족 솟은 게 구천산(영산), 그 왼쪽에 불룩 솟은 게 정각산. 부슬부슬 비를 맞으며 구천산에서 정각산까지 6km를 걸었었지...
△ 우리가 올라서서 조망을 감상했던 암봉. 그늘 진 곳이 눈처럼 보여 킹콩 같기도 하다. 어떤 산행팀은 우리가 서 있으니 저기가 정상인 줄 알고 사진 찍고 하다가 누군가가 '정상은 왼쪽에 있다'는 소리에 의아+허탈.
△ 억새의 향연. 이 멋진 풍광에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 우리가 내려 설 천황재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오른쪽 주암마을로...천황산에 올랐다가 샘물상회를 거쳐 주암마을로 내려서거나, 다시 천황재로 와서 갈 생각도 했으나, 쉬엄쉬엄 걸으며 사진찍고, 점심 먹으며 한껏 여유를 부렸더니 벌써 3시가 넘었다. 해가 짧아진데다 초행이라 제일 좋아하는 산인 천황산을 눈앞에 두고 아쉬움을 삼킨 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린다.
△ 쉼터 가기 전 나무길에서 만난 도마뱀. 꼬리는 어쩌다가...
■ 오른쪽에 계곡을 두고 산길 다운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앞서가는 여자분 걸음걸이가 신통찮다 생각했는데, 다시 마주쳤을 때에는 스틱 하나에 몸 전체를 의지한 채 힘들게 걸음을 내딛고 있다. 가끔 오금이 당기는 내 모습을 보는 듯 안타까워서 무릎 보호대라도 빌려 드릴까 말을 거니, 손사레를 치며 발목이 아파서 그렇다고, 무릎 보호대는 본인도 갖고 있단다. 그러면 그렇지, 어째 한 팀 추월했다 싶었더니 환자였지 뭐야.
△ 장수암. 암자라고 하기엔...
△ 시야가 트였을 때 올려다 본 심종태바위. 앞쪽에서는 동그랗게 보이지만 암봉이 이어져 길쭉한 모습이다.
△ 이름만 듣던 <산국>의 자태
△ 주암마을 주차장. 화장실 오른쪽으로 보이던 나무 계단.
△ 주암마을에서 배네통하우스로 이어지는 길 도중에서...심종태바위의 모습
■ 어느새 어둑어둑해진다. 해가 많이 짧아진 게지. 이렇게 또 하루가 열리고 날이 저물고, 계절이 바뀌고...자연의 이치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어느새 산이 주는 매력에 중독이 되어 버린 것일까. 이렇게 산에 다녀오면 쌓여 있는 일거리 속에서도 화요일쯤이면 벌써 다음 산행 생각에 가슴이 설레니...코스장님, 다음 주말 산행지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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