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10. 19.(일) 단풍 드는 가을의 문턱에서...오히려 사람이 그리워지는 호젓한 산길
운문사 입구 주차장 - 원두막집 - 운문천 건너 - 능선 - 등심바위(호거대,장군봉) - 안부 - 방음산(581봉) - 능선 - 원점회귀
①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IC - 24번국도(밀양) - 궁근정리 - 운문령 - 운문사 입구 주차장
② 원두막집 - 운문천 건너 - 산길 - 계곡 건너 - 능선 - 전망대 - 등심바위
③ 오른쪽 - 안부 - 갈림길 - (오른쪽) - 갈림길 - (오른쪽) - 방음산(581봉) - 풍혈
④ 진행방향 - 능선 - 원점회귀
■ 아무래도 쉽게 낫지 않을 '병'인 듯하다. 이제 치매도 중기단계로 접어 드나보다. 물도 넉넉하겠다, 한 번 가본 길이지만 지도도 챙겼겠다...누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대견해하며 차창 너머 멀리 이어지는 죽바우등-영축산 자락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거다. 아차, 삼겹살!
남들처럼 조금은 무식하게 산에서 고기 한 번 구워먹어 보자 하면서 며칠 전에 질좋은 갈비쪽 삼겹살을 사서 적당한 두께로 썰어 냉동시켜 놓고, 출발 직전 배낭에 챙겨 넣어야지 하다가 파채 무쳐 놓은 것만 챙기고 정작 고기는 냉동실에 얌전히 모셔놓고 그냥 온 거지 뭐. 햐여튼...에공.
서울산 IC에서 내린 다음 언양 시장으로 들어섰는데 마침 정육점이 금방 눈에 띈다. 더 좋은 고기를 사고, 운문사 주차장 옆 가게에서 쌈장 하나를 사면서 풋고추도 몇 개 사려니 인심 좋은 할머니가 한 움큼 덥썩 손에 쥐어 주신다. 공짜로 얻어 먹는 거니 미안해서 몇 개만 가져왔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지. 산에 올라가서 고기 없는 거 알았으면 우짤끼고...(누가 물어봤나?)
△ 운문사 근처로 오면 운문천 건너 암봉 하나(실은 바위 세 개)가 꽃처럼 피어올라 눈길을 끈다. 이름도 여럿이다. 등심바위, 호거대, 장군봉.
△ 인공암벽장이 있는 화랑교를 건너서 가도 되지만, 운문사 주차장 끝의 <원두막집> 모퉁이를 돌아 운문천으로 내려서서 건넌다 .
△ 운문천을 건너 호거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표지기가 여럿 달린 산행 들머리. 오른쪽 화살표는 우리가 하산한 경로인데, 올라갈 때에는 주의깊게 보지 못했다.
△ 계곡으로 들어서면 계류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이어지고, 5분 정도면 계류를 건너 왼쪽 지능선으로 갈 수 있다. 표지기도 몇 보인다.
■ 길은 산허리를 돌아 이어지는데, 가끔은 있는 듯 없는 듯 흐려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길은 제법 또렷해진다. 갈림길처럼 보이는 곳을 지났으나 주로 직진에 가까운 오른쪽 길을 택하였다. 바위와 돌이 섞인 가파른 길이 시작되고...곧 조망터다. 발 아래로는 운문사 주차장, 운문천을 끼고 가꾸어진 드넓은 전답이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 지룡산의 암봉이 우뚝하다.
아까 운문령을 지나올 때 보니 산행객이 엄청 많고, 운문사로 들어가는 차들이 줄을 지었던데 우리가 가는 이 코스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걸음이 느린 우리지만 오늘은 추월 당할 염려는 없겠네! 30분 정도면 등심바위에 닿는다는 산행기가 많았는데, 원래 걸음이 느린데다가 갖가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배 이상 걸린 셈이다.
△ 등심바위에 오르는 길엔 이러한 바윗돌이 많고, 가끔 멋진 소나무도...
△ 멀리서 바라보이던 첫 바위. 바위 아래가 호랑이가 노닐었다는 곳이다.ㅋ
△ 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일종의 <통천문>. 두번 째 바위로 올라서는 쇠밧줄을 이렇게 지탱하고 있는 모양이다.
△ 주 바위 앞에 <장군봉>이라는 팻말이 있다(세워진 게 아니라 속이 빈 팻말을 나무에 씌운 형태).
■ 먼저 도착한 산행팀 중 초보인 듯 보이는 여자분이 바위에 몸을 잔뜩 붙인 채 어떡하냐고 소리 지르고, 위아래에서 각자 나름의 비법을 전수하며 올라오라고 올라가라고 채근하고 있었다. 나도 비슷할텐디 걱정이네...ㅋ. 겁나더라도 바위에서 최대한 몸을 떼어 직각 형태로 발을 붙이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어땠냐고? 유격대원처럼 자알 올라갔지 뭐.
여자분들이 붙임성도 좋다. 하긴 여자 나이 40이면 겁나는 게 없다고 하니...사진 찍고 있는 모르는 사람에게 '오빠'라는 호칭이 거리낌 없이 쉽게 나오고, 코스장님에게도 저기가 무슨 산이냐며 편안히 말도 건넨다. 너럭바위에 아예 드러누워서 옆에 사진 찍고 있는 사람의 배꼽을 봤다는 둥, 사진 찍어달라는 둥 한참을 떠들다 내려갔는데, 저멀리 모습이 안보일 때까지 말 소리가 들린다.
△ 맞은 편 정면에 지룡산과 그 왼쪽 옹강산
△ 등심바위 정상에 일부러 심었다고 해야 믿을 정도로 조금 패인 흙더미에 탄탄히 자리잡고 있는 소나무. 여기에 밧줄을 지탱해놓았다.
△ 아래쪽 소나무. 두 소나무 사이에 방음산이라 불리우기도 하는 581봉이 보인다.
△ 등심바위는 거칠 것 없는 조망터. 사방 팔방으로 산군들의 멋진 모습이 포착된다. 귀천봉은 실제 산행 느낌도 괜찮았지만, 힘차게 뻗어내린 능선과 대비지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 같다.
△ 등심바위에서 내려오면서...지난 번 산행 때 바위 옆 소나무 가지에 매어 두었던 울 표지기가 건재하다. 기념으로 노란색 표지기 하나 더 추가요!!
■ 코스장님은 뭘 잘 드셨는지 나무들에게 꿈 주러 가시고, 그 사이 점심상을 차리는데...뭔가 허전하다. 아차, 이번엔 버너가 없다. 후라이팬, 가스를 챙기면 뭐하노. ㅠㅠ. 오늘은 왜 이런지 몰라. 양이 많지는 않아도 밥을 가져왔으니 그나마 다행. 고기는 내려가서 계곡에서 구워먹기로...김치와 된장, 풋고추뿐이지만 산에서 먹는 밥은 언제나 맛나다.
△ 점심 먹으며...소나무 둥치에 비늘처럼 켜켜이 쌓인 듯한 껍질을 비집고 뱀고사리가 자리를 잡았네. 단풍 든 색깔이 저리도 이뿌다니.
△ 등심바위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보면 안부, 전망대가 있다. 귀천봉의 모습이...
△ 갈림길 같은 느낌이 별로 없는 갈림길. 자칫하면 직진하여 대리나 새마을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빠지기 쉽다. 갈림길 근처에 생뚱맞게도 철창 우리(멧돼지 포획용인가...?)가 있는데 그 우리를 보면서 오른쪽으로 빠져야 <방음산>이다.
* 코스장님은 풍혈을 찾기 위해 직진하여 한참 내려가면서 이곳저곳 바위 근처를 뒤지다가 되돌아 오셨음
△ 방음산 정상석. 방음산이 있다는 둥, 없다는 둥...<왕바우>님이 세워놓은 정상석은 있다.
우리도 언젠가 이뿐 돌을 지고 와서 정상석을 하나 세우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디가 좋을까? 범봉? 그런데, 낑낑대며 돌을 지고 갔는데, 그 사이에 누가 세워놓았으면 어떡하지?
△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는 <풍혈>. 정상석을 등지고 섰을 때 정면 약간 왼쪽 큰 바위 아래에 있다. 하산길은 왼쪽이다.
■ 풍혈을 지나 능선을 따라 걸어가면서 오른쪽 시야가 트이는 곳 어디에서나 등심바위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지도상으로는 능선을 따라가다가 염창리쪽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었으나 가급적이면 원점회귀를 위해 흐릿하더라도 갈림길 형태가 보이기만 하면 빠지기로 했다. 콰~ 푼수지리ㅋ
예상보다 빨리 오른쪽으로 빠지는 듯한 길을 만났다. 뚜렷하지는 않으나 제법 길처럼 보이는데, 일부러 통행을 막은 듯 잡목을 베어서 쌓아둔 탓에 진행이 쉽지는 않다. 특히 조림한 소나무와 노간주 나무 가시 때문에 제법 성가신 느낌도 들었다.
△ 억산의 깨진 바위를 배경으로 한 등심바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쪽에서는 등심바위가 하나가 아니라 세 개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확연하다.
△ 칼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 중 만난 까마중.
△ 등심바위에 오르는 능선 - 등심바위 - 방음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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