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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영남알프스

고헌산(1,033m) : 신기마을 기점

by 참 좋은 당신 2008. 8. 25.

 

* 2008.8.24.(일)  간 적 없는 갈림길에 울 표지기...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울주군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진우훼밀리아-공동묘지-지능선-전망대-1020봉-고헌산 정상-헬기장-소나무봉-원점회귀

① 신기마을 진우훼밀리아-삼진아파트-보성빌라-(왼쪽)-KCG파크-시멘트 임도-공동묘지

② 지능선-전망대-1020봉-방화선-고헌산 정상-산불초소-(오른쪽)

③ 옛 헬기장-소나무봉-(오른쪽)-급내리막-임도-숲피마을-(논두렁)-삼진아파트 원점회귀



■ 언양의 진산이라는 고헌산(高獻山)을 떠올리면,  ‘높을 고’이지 ‘외로울 고’가 아닌데도 자꾸만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영남 알프스 산군 중에서 가지산을 비롯한 나머지 8개 봉우리는 모두 마루금으로 연결되지만 이 산만 유독 한 켠으로 비켜난 독립봉우리라서 그럴까?

 

  고헌산 산행을 앞두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험하다는 대통골에서 장비 없이 오르던 등산객이 100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했다(8월 초)는 산행기를 보았다. 물론 우리가 오를 길은 대통골 왼쪽 능선길로서 지난 번 고헌사 출발 코스보다 조금(과연 그럴까ㅋ) 길어도 완만하긴 하지만 괜히 마음이 무겁다.

  진우훼밀리아 아파트 옆 주차장에 준법 주차를 하고, 삼진아파트, 보성빌라를 지나고, KCG파크 아파트 앞에서 오른쪽 산 방향으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날 즈음 붉은 황토길 옆에 경주김씨 묘지가 보이고, 이후 공동묘지군이 나타난다.

 

 

 △시멘트 길이 끝나면서 만나는 무덤 2기

 

△ 공동묘지에서 오른쪽 대각선 방향이 본격 들머리

 


 

■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하다. 어제 비가 온 덕분에 먼지도 나지 않고 푹신한 느낌을 만끽하며 걸었는데, 가을이라면 낙엽길이 꽤 미끄러워 제법 고생일 것 같기도 하다. 2006년 고헌사에서 오를 때에는 급오르막이라 그저 정신 없이 오른 기억밖에 없는데, 이번 길은 완만한 경사인데다 지그재그로 이어져 조금 멀긴 하지만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중간에 한두 번 갈림길이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오른쪽 길을 택하였다.

  4분의 3 정도 올랐을 즈음부터 1,000고지 산이라는 게 안 믿길 정도로 머리 위 시야가 훤하게 트여서 곧 정상일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정상 직전인 듯한 느낌을 주는 키 높이의 억새길과 철쭉나무 사이를 헤치고 오르기를 두세 번. 마침내 오른쪽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하지만, 온통 구름에 싸여 산들의 모습은 분간하기 어렵다.


 

 △1020봉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헌산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신기마을 모습(① 울 가마를 주차한 진우훼밀리아, ② KCG파크 아파트).

화살표 방향으로 능선따라 올라온 셈이다.

 

 

△ 1020봉에서 바라본 고헌산 정상. 무슨 공사를 하는지 포크레인이 보인다. 저까지 우째 올라갔을꼬..?(걱정도 팔자)

 


 

■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고헌산 정상으로...폭이 별로 넓지 않은 방화선이 능선길을 갈라놓고 있다. 산불 확산을 막고 인력 투입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는지? 정작 가까이에서 볼 때에는 그다지 큰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닌데, 멀리서 바라보면 능선길을 좌우를 갈라놓은 모습이 제법 흉하다.

 

 

 

 △ 예전의 고헌산 정상석

 

 

△ 새로 세운 고헌산 정상석, 돌 모양이 아담하면서도 독특하다.  ‘울산 119 산사랑회’에서 세운 것이다. 한글과 한자를 양쪽으로 새겨 놓으니, 한 번쯤 산 이름의 뜻을 생각해 보게 되어 좋다.

  

△ 우리가 올라 온 능선

 

△ 멀리 산불초소(원 안)가 보인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소나무봉으로 하산할 것이다.


 

 

■ 정상 근처 사람들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두어 팀이 점심을 먹고 있다. 전망 좋은 곳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는 조건이 맞는 곳을 찾아 가야지.

  1. 바위가 있고 전망 좋은 곳

  2. 그늘(여름)이나 햇살(겨울) 좋은 곳

  3. 눈에 잘 안 띄어 고즈넉한 곳.

소나무봉으로 향하던 길에 결국 3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곳을 찾아 점심을 먹고 자리 깔고 잠시 휴식. 등산화를 벗고 누우면 살랑 바람에 그저 흐뭇해지던 것이 엊그제인데, 벌써 계절의 변화에 금방 적응하여 발이 시렵다는 둥, 춥다는 둥...

 

 

 

△ 우리가 갈 소나무봉이 저멀리 보인다. 원 안은 아마 헬기장 자리인가?

  

 △ 정상 아래 점심을 먹으며 산군들의 모습을 감상한다. 햐~~눈 앞에 보이는, 이름 붙은 산 중에 안가본 데가 없네.

 

 

 △ 구름이 많아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원 안은 새로 개통한 가지산 터널의 모습. 그 너머로 천황산의 웅장한 자태가...

 

△ 상운산 왼쪽이 가지산. 일어설 때까지 계속 구름이 벗겨지기만을 기다렸지만 결국...결국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 작은 돌탑들을 지나니 ‘고헌사 방향’ 작은 팻말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다. 우리는 직진한다. 길은 점차 좁아지고, 10분쯤 걸었을까, 다시 갈림길이 나타난다. (★ 이건 나중에 판단한 것이고, 실은 길이 좁지만 뚜렷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길을 따라가다가 갈림길을 인식하지 못했다).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야 하는데, 그대로 진행하다 보니 길이 자꾸만 왼쪽으로 내려서는 듯 이어진다. 아~닌데, 아~닌데.

 

  뒤에 오는 산행팀에게 이리로 가면 어디 가냐니까 우문현답이다. ‘주차장쪽으로 가는디요’. 주차장이 한두 군데인가, 나원 참. 나중에 확인해보니 차리 마을로 내려서는 길. 하지만, 코스장님, 미안해 마셔요. 금정산에서 안개 속 3망루 찾아 헤매던 생각하면 이건 암 것도 아니잖아요..ㅋ 또 한 소리 듣게 생겼다. 한 방 쎄게 먹여 놓고 반창고 붙여 준다꼬...

  다시 갈림길까지 되돌아 와서 왼쪽 능선(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오른쪽)으로 올라서니 큰 바위다. 밧줄은 없지만 아주 가파른 급경사길이다. 이런 게 있어야 심심하지 않지 하며 몇 번 미끄러질 위기를 넘기고 내려섰는데...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멀리서 길이 뚜렷해 뵌다 생각한 건 역시 방화선을 만든다고 소나무와 잡목들을 베어낸 것 때문이었다. 베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베어낸 나뭇가지들을 치우지 않고 주욱 늘어놓은 탓에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마치 눈을 밟는 듯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서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데다가 잔 가지들은 수시로 정강이며 허벅지를 찌르고, 뱀까지..우리가 가야 할 소나무봉까지 이런 길을 가야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이런 거 보면 아직 멀었다니께. 아직도 길 타령이니...

 

 

 

 △ 소나무 더미를 밟아 누르면서 걸어가는 고난의 길..

 

△ 드디어 소나무봉이다. 온통 소나무가 가득하여 붙은 이름인지 아니면 사진처럼 멋진 소나무가 있어서 소나무봉인지...누군가 ‘동식봉’이라는 팻말을 달아 놓았다.

 

△ 소나무 맞은 편에 붉나무가 한창이다.

 


 

■ 이제 이쯤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소나무를 지나 살피니 직진하는 길도 있고, 마을로 이어지는 오른쪽 길이 보인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내려서는데...코스장님이 ‘저~기, 울 표지기인 줄 알았네’ 하시기에 자신 있게(왜냐? 이 길은 처음이니까) ‘색깔은 비슷한데, 좀 길어요’

  그런데...이게 왠일일까. 가까이 가서 보니 작년에 만든 보라색의 울 표지기가 맞다! 이럴 수가...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 고헌산은 2006.10.22.에 다녀갔고, 게다가 이 길로는 간 적이 없다

  - 보라색 표지기는 2007.5.13. 만들어 백운산에서 처음 달았다

  - 고헌산은 다른 산과는 뚝 떨어져 있는 산인데...설사 다른 데 달았던 것이 풀려서 날아왔다 하더라도 이건 분명 사람이 매단 모습이다.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구이신에 홀린 것 같았다. 코스장님의 추론 : 울 표지기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한 뭉티기) 흘린 것을 누군가가 주워서 자기들끼리 신호로 표시한 것이 아닐까? 글쎄..그래도 마뜩잖다. 이리저리 생각하자니 머리 용량이 딸린다. 에고...AM25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도 열심히 다니니까 산신령이 이뿌게 봐주셔서 우리 하산길을 인도해주신 거라고 생각하지 뭐. 직진하면 뱀이있거나 위험하다고 精金照應을 도운 거라고...

 

* 그래도 사실은 기분이 섬�한게 이상하다. 이건 뭐 전설의 고향 납량특집도 아니고...(갸웃갸웃)

 


 

△ 문제의 불가사의 울 표지기. 기념으로 노란색 표지기를 옆에 같이 매어 두었다.

 

△ 계곡을 사이에 두고 내려서니 이런 임도가 나온다. 숲피 못이 있는 장성마을 입구다.

 

 

 △ 주차해둔 진우훼밀리아 아파트가 빤히 보이는데 바로 갈 수가 없다. 논두렁길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도랑을 건너면 삼진아파트 뒤편이다.

 

 △ 논두렁길을 따라 걸었던 덕분에 만나게 된 <보풀>. 화살촉 모양의 잎이 특이하다.

 

△ 다 자란 벼이삭이 출렁이는 논둑 가에서...다섯 갈래 꽃이 가위로 반 가른 것처럼 보여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온전한 꽃이다. <수염가래꽃>

 

 

 

■ 일요일 산행이니 가볍게 하자 했건만 결국 오늘도 7-8시간이다. 완전한 원점회귀. 앞으로는 '오늘은 일요일이니, 이번 주는 비가 온다니...' 이런 말은 안하기로 했다. 어차피 산에 들어섰다 하면 최소 5시간이고, 최장...이건 모르겠다!!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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