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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영남알프스

가지산 북릉(1,140m)-가지산(1,240m) (3) : 천문사 기점

by 참 좋은 당신 2008. 1. 14.

2008.1.14.(일)  잊지못할 눈꽃산행

① 운문령 지나 삼계리 천문사 뒤 주차(청솔펜션 앞)

② 등산로 따라 배넘이재로(왼쪽길은 황등산, 쌍두봉 가는 길)

③ 배넘이재를 넘어 학심이골과 심심이골의 합수점으로

④ 세갈래 길 중에서 가운뎃길로(물 건널때 마주보이는 길) : 왼쪽은 학심이골, 오른쪽은 심심이골

⑤ 오르막 - 헬기장 - 산죽군락지 오르막과 암릉구간의 반복

⑥ 칼날바위 후 가지산 북릉 정상

⑦ 가던 방향으로 직진하여 가지산 - 정상석 앞 계단으로 하산 - 쌀바위 - 운문령 

 

  가지산 북릉은 2번이나 시도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산행(합수점에서 사리암 주차장쪽으로 하산, 상운산 방향 헬기장에서 쌍두봉으로 하산)이 되어 버렸기에 2008년에는 가고야 만다는 코스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2008년 새해맞이 산행에 이어 두 번째 산행지로 선택되었다. 출발은 순조로웠지. 강원, 경북지방에는 눈이 왔다고 하나 운문령을 넘어설 때에도 눈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고 먼산 꼭대기 부근에만 눈이 약간 보여서 아이젠도 챙기지 않고 그저 드디어 가지 북릉에 가게 되었다는 설렘만 갖고 쉽게 출발.

 

  삼계리 천문사로 들어서서 가슬갑사 옆 공터에 주차를 했다. 건너편 청솔가든으로 넘어가는 간이 다리 옆에 노란 바탕의 '등산로 입구' 안내판이 있다. 등산로 왼편 길은 쌍두봉, 황등산 가는 길. 지난 번 우리가 내려오며 달았던 표지기가 선명하다. ㅎㅎ. 등산로를 따르면 배넘이재로 넘어가게 된다. 얼마 안되어 보이지만 제법 걷는다. 다른 산행기에는 30분 정도라고 되어 있었으나 이런저런 얘기 나누어가며 장난도 쳐가며 걷다보니 1시간만에 올랐다. 미친 듯 가면 뭐하나, 우리처럼 즐겁게 올라야지...하고 자위해가면서.

 

  배넘이재에서 왼쪽은 상운산, 오른쪽은 지룡산 쪽이다. 우리는 직진하여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조금 더 가면 바위가 산을 넘으려다가 멈추어 섰다는 '배바위'가 있고 노의 역할을 하는 지 작대기가 수없이 세워져있다. 왼쪽 학심이계곡 쪽으로 들어가는 표지기가 몇 보이지만 무시하고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학심이골과 심심이골의 합수점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약간 흐리지만 마주보이는 산길로 들어서야 가지북릉으로 바로 이어진다. 우리는 뚜렷해뵈는 왼쪽길로 20분 가량 올라가다가 아무래도 학심이골로 가는 길 같아서 도로 빠꾸(u턴)하여 내려와 합수점에서 다시 시작하였다. ㅋㅋ

 

* 청솔펜션 입구 등산로 안내판                              * 배바위(정말 산을 넘어가려던 참이었을까..

 

  제법 된비알이다 싶었는데 끝없는 오르막이다. 먼산이 흐려진다 싶더니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바람도 차갑다. 아무래도 눈이 오는 게 아닌가 불안한 맘이 든다. 눈을 만나고 싶은 맘도 있지만 초보산꾼인데다 아이젠도 없으니 두려운 맘이 앞선다. 5,6백년 이상은 충분히 됨 직한 적송이 가끔 눈에 띄고, 휘어져 마치 아치형 터널처럼 된 소나무도 보인다. 장난끼 많은 산꾼들은 길을 두고 굳이 그 나무 터널을 지나 갔는지 길 바닥이 빤질하다. 응달에 싸락눈 흔적이 조금 보인다 싶었는데 1/3쯤 올랐을까 눈이 쌓여있고, 조금 더 가니 아예 눈밭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신났었다. 뽀드득 소리 내어 걸어보기도 하고 남들이 지나가지 않은 곳에 발자국도 만들어보기도 하고... 산죽 군락지로 들어서니 가슴께까지 자란 산죽이 눈을 이기지 못해 길 쪽으로 쓰러져 있어 헤치며 지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소나무며 나뭇가지에는 얼음꽃이 피어 있고, 멀리 보이는 나무들도 눈꽃 천지다. 보기는 좋은데 얼음꽃을 잔뜩 머금은 나뭇가지가 처져 있어 여차하면 머리에 부딪친다. 오늘 온 눈이 아닌지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기만 하고...아뭏든 눈은 원도 한도 없이 보는 셈.

 

 

* 아치형 나무 터널                                            * 눈옷을 입은 나무들 

 

* 얼음꽃을 피운 나무들                                      *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산죽들

 

  온 사방이 눈밭이다. 바닥의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지면서도 오늘 같은 날, 스틱이 제 구실을 한다면서 눈꽃, 얼음꽃을 피운 겨울나무들을 보며 연방 셔터를 눌러대고 할 때까지도, 헬기장을 지나고 첫번째 암릉구간을 만나 내가 먼저 올라가는 게 좋겠다 싶어 로프를 잡고 올라설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거의 80도는 됨 직한 급경사 바위에 눈은 엉겨붙어 있고...나도 모르게 바로 위 재난구조요청 팻말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가지산 06이라... 먼저 내려가고 이제 내가 내려갈 차례인데 중간쯤 지점에서 로프에 매달릴 수도 내려갈 수도 없다. 로프에도 얼음이 둘러싸 미끄러운데다 내 팔힘을 믿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고 하는데도 꼼짝할 수가 없다. 속도 상하고 무섭기도 하고 결국은 울음이 터진다. (에공, 부끄부끄)

 

  겨우 내려섰는데 조금 더 가니 이번엔 비껴서서 내려가야 하는 로프구간. 조금 가다보니 또 로프구간. 오르는 건 좀 나은데 내려서는 건 나한텐 거의 공포 수준이다. 신불산 칼바위 앞에서처럼 쥐가 난다. 이번엔 오른쪽 종아리. 칼로 찢는 듯 아파 힘을 줄 수도 없고 너무 고통스럽다 ...이제 끝이겠지 하는 기대만으로 가는데 거의 예닐곱 번 정도는 로프구간이었던 것 같다. 돌아가려면 더 엄두가 안나니 무조건 앞으로 전진할 밖에. 어쨌건 칼날바위도 무사히 지나고 떨어졌다 하면 도무지 대책이 없어 보이는 바위도 돌아 정상. 2007. 7월에 올려진 산행기들을 보면 가지 북릉의 정상석이 두 조각이 났다고 하고, 11월 산행기에는 왼쪽에 큰 바위가 있고 그 아래에 정상석이 있던데, 가서 보니 깨어진 두 조각을 붙이고 전망 좋은 쪽으로 위치를 바꾸어 세워 놓았다. 배는 고프지만 날씨상태가 어찌 될 지 몰라 일단 가지산 대피소를 향해 출발.

 

  지병인 왼쪽 다리는 오금이 저리고, 오른쪽 다리는 종아리가 아프고...상이용사 꼴인데다 아침으로 스프 약간, 2시가 넘도록 점심도 못 먹고 가려니 눈길에서 자꾸만 미끄러진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라 1보 전진 2보 후퇴다, 에공.. '서 있으면 지쳐서 못 간다', '다 왔다'고 채근하던 코스장에게 '가서 라면이나 시켜 놓으라' 했더니 아무 소리가 없다. 드뎌 다 온 모양이다. 파란색 천막이 보니 갑자기 불끈 힘이 나서 정상으로 가려 했더니 대피소 문이 열리며 빨리 들어오란다. 오뎅 4개 3천원, 라면 하나에 3천원이다. 가져갔던 밥과 김치를 꺼내어 먹는데 히야~ 진짜 맛있다!! 커피까지 한 잔 하고 운문령으로 하산하기로.

 

  정상 바로 아래 깊이 패였던 길엔 목재 계단이 설치되어 한결 수월하다. 어떤 여자분이 '아이젠도 안 신었는데 안 미끄러지고 잘 가네요.'하는 말에 어깨 으쓱하다가 엉덩방아. 30분이면 갈 수 있는 쌀바위에 거의 한 시간만에 도착. 조금 더 가다 석남사로 빠질까 하다가 그래도 가파른 길이라 포기하고 임도를 따라 운문령으로 내려선다. 가파르진 않으나 얼어붙은 눈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느릿느릿. 평소 산행처럼 두 팀이나 우리를 추월해 가고...

 

* 가지산 대피소 천정의 표지기들(우리도 한몫!)       * 쌀바위              

 

  운문령 내려서니 갑자기 사위가 깜깜하다. 비슷한 시각 비를 맞고 내려서던 정각산 생각이 난다. 눈발이 조금씩 날리는데 여기서 삼계리까지 갈 길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올라오는 택시 하나를 불렀으나 그냥 가고, 히치 하이킹을 해볼까 마음을 내어보는데 지나가는 차가 스르륵 서더니, 타란다!! 세상에...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하고 염치 불구하고 편하게 천문사 앞까지. 내리면서 담배값이라도 하라며 푼돈을 드리려 하니 한사코 싫단다. 어찌하는 게 좋은지 난감해하다가 그냥 내렸다. 차 뒤통수에 대고 인사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우리도 다른 분들께 이런 감사함을 베풀자고 하면서...

 

  다시 운문령을 넘는데 눈발이 제법 거세다. 무사히 도착. 김치찌개, 파전을 안주로 소주 한 잔을 넘기니, 내가 살아 돌아왔음이 믿기질 않는다. 다리는 물론이고, 두 팔과 어깻죽지도 스틱과 로프에 의지하느라 얼마나 용을 썼는지 아우성이다...

  로프구간을 넘으며 코스장은 '겨울엔 가지산엘 가지 마오' 하며 놀렸건만, 눈꽃 축제만큼은 환상적이었다. 내년엔 아이젠을 신고 기필코 다시 가지북릉에 가리라. 가면서 '가지북릉은 역시 겨울이 제맛이야' 하며 노래 부르리라~~~

 

* 떡갈나무 낙엽이 얼음꽃으로 변했다                   * 우리 표지기

 

 

 * 가지산 북릉 정상석                                         * 가지산 정상석(작은 팻말은 낙동정맥 표시)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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