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영남알프스

가지산 학심이계곡 : 운문사 기점

by 참 좋은 당신 2007. 11. 19.

2007.11.18.(일) 

"낙엽쌓인 호젓한 산길을 넘어 배넘이재로"

 

 * 운문사 주차장 - 내원암 - 지룡산 능선 - 823봉 - 배넘이재 - 사리암 주차장 - 운문사 주차장

 

원래 계획은 가지산 북릉과 가지산이었다. 기분 좋은 출발, 전복죽과 호두과자를 먹으면서 고속도로를 달려 운문사 입구. 들어서는데 산행은 안된다고 하는 매표원의 얘기가 있었지만 흘려듣고 운문사를 지나 사리암 입구에 들어서니 신도증이 없으면 무조건 출입금지란다. 자연휴식년제라서 그렇다나. 도로 나가서 천문사 입구에 주차하고 국제신문 산행팀처럼 가볼까 고민하다가 입장료, 주차비 낸 것도 아깝고 지도상으로는 그 코스가 더 길어보여서 지룡산 다녀올 때 내려왔던 내원사로 하여 가지산 능선에 접근해보기로 하였다.

날씨가 상당히 매섭다. 콧물은 연방 흐르고 지병인 손 얼기는 더 심하고, 꽁꽁. 내원암 오른쪽으로 빠져 올라서는 길은 급경사인데다 낙엽까지 여러 겹 깔려 미끌어지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힘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가끔 ‘싸라락’ 소리내며 떨어지는 낙엽비가 너무나 운치 있었고, 낙엽 사이에 때도 아닌 진달래꽃이 망울을 터뜨린 모습도 보인다. 더욱이 올라서는 길에 올 2월 3일 지룡산 산행 하산길에 매어두었던 우리 수제 표지기를 둘이나 발견하여 얼마나 흥분했던지. 마른 나뭇가지 사이의 보랏빛 표지기가 의외로 눈부셨다. 새 표지기와 함께 거류산 매듭법으로 다시 묶었다. 훨 덜 외로워보인다.

 

 

 

 

△ 낙엽 사이에 벌써 새 꽃망울이... 

 

 

△ 울 표지기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 생각했던 배넘이재는 의외로 멀었다. 지룡산에서 이어지는 능선을 만난 후 시멘트 공터, 헬기장을 지나면서 나선폭포로 빠지는 갈림길을 하나 놓친 모양이었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 마주보이는 길(직진방향)로 진행. 오른쪽은 사리암으로 빠지는 길인 모양인데 국제신문 산행팀 리본이 있어 잠시 헷갈렸다. 아무리 ‘재’라지만 너무 내려간다. 게다가 왼쪽 무릎 뒷오금이 다시 저리기 시작한다. 선두는 재가 어디쯤인지 알아보러 갔는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재에 다다를 무렵 왼쪽으로 빤히 마을이 보인다. 아마 삼계리 천문사쯤이겠지. 국제신문 산행팀이 천문사에서 배넘이재로 해서 학심이골, 가지북릉으로 가는 이유가 있었구나. 배넘이재까지의 거리만 생각했지 높이는 미처 생각지 못한 탓이다. 배넘이재에 서서 직진하여 헬기장-상운산으로 갈까 우회전하여 학심이골로 하여 가지북릉-가지산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지금 천문사에서 배넘이재로 오는 사람들은 이제 산행의 시작이지만 우리는 고당봉 정도 산행을 마치고 다시 2차 산행을 시작하는 셈이라 기운도 빠져 버리고...하여 낙엽쌓인 멋진 산길을 걸은 산행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더욱이 버너(누구는 버너가 개발해서 버너라나ㅋㅋ)를 산 기념으로 라면을 먹어야 하므로 배넘이재에서 우회전하여 학심이골 입구에서 다시 우회전하여 사리암 주차장쪽으로 하산하기로 합의.

말 그대로 호젓한 가을 산길,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따라 조금 걷다가 물 마른 계곡을 만나자 점심 먹을 장소로 딱! 이다 싶은 필이 팍 꽂힌다. 화재 위험이 없도록 큰 바위가 있는 장소를 골라 나뭇잎을 멀리 치우고 돌들을 쌓아 버너 점화. 강력하다. ‘물이 끓으려고 할 때 라면을 넣고 스프를 넣은 다음 끓기 시작하면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내려서’ 정말 잊을 수 없는 라면의 맛을 보았다. 실은 끓이기 전 그 상황과 기대가 더 재미있었다.

단감과 커피로 후식까지 끝낸 다음 느긋이 일어난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오른쪽에 집채만한 바위가 있고 그 바위 아래쪽에 나뭇가지들을 세워 마치 바위를 받친 것처럼 보인다. 지도상의 ‘배바위’는 길의 왼쪽이라 되어 있는데 오른쪽에 있어서 긴가민가... 학심이골이 보인다. 여름철에 오면 정말 기막히겠다 싶은 계곡이다. 걸어가는 간간이 계곡물을 뒤덮은 낙엽들이 마치 꽃보다도 아름답게 보인다.

 

 

  

 

△ 배바위

 

 

△ 계곡물 위로 흘러가는 꽃잎 같은 낙엽

 

 새삼스러운 발견. 몸이 무겁다 싶었는데 막상 산행을 시작하면 힘든데도 몸이 가벼워진다는 사실!! 이건 남들은 알고 나만 몰랐던 것인가..

 

 

<산행지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