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9.6.(일) 아무런 상념 없이 마음 편한 시간, 그대와 산길을 걷는 이 순간.
원동 천태사 - 절 뒷편 지능선 - 436봉 - 사거리 - 524봉 - 천태공원
지능선 - 철탑 2기 - 왼쪽 - 이정표 - 천태산 정상
진행 방향 - 철탑 - 안부사거리 - 직진 - 구조푯말(20-4지점) - 오른쪽 - 급내리막 - 천태호 옆
계곡 - 용연폭포 - 천태사 원점회귀
■ 이러저러한 일들로 마음이 산란해질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산'이다. 몸은 고단한데, 그래서 그저 집에서 널부러져 있고픈 마음도 있었으나 그건 잠시! 이번엔 어느 산으로 갈까, 어느새 맘은 산으로 달려 가고...점심 반찬이 마땅찮아 김이라도 하나 넣는다는게 출발하고 보니 또 까먹었다고 하니, 코스장님이 근엄하게 말씀하신다. "산에서 김치면 되었지, 어디 뷔페 차릴 일 있나?" "예에...맞습니다, 맞고요."
△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천태사 입구. 거창하게 '통천제일문'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 통천제일문을 들어서니 왼쪽 암벽에 서경보 스님이 지으셨다는 '一鵬 護法詩'가 새겨져 있다.
△ 절 오른쪽에 엄청난 규모의 '무량수궁'. 큰 암벽을 깎아 내고 석조불상을 안치해 놓았다. 붉은 색 입술도 낯선 느낌이 드는데다 입구의 각종 글자들에 붉은 칠을 하여 엄숙함이나 경건함보다는 요란스럽고 기괴한 느낌이 든다. 안가봤지만 중국 소림사 분위기랄까...
△ 절 뒷편, 웅장한 암벽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미 각종 표지기가 즐비하다.
△ 곧이어 너덜지대가 나오고...두 길은 만난다. 우린 빨간 페인트 표식을 따라 위로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했는데, 내려올 때는 오른쪽 길로 나왔다.
△ 전망대에서...천태사와 함께 신불암 고개로 이어지는 길도 보이고..
△ 친절한 금자씨가 있었는지, 천태산 정상까지 이런 붉은 페인트 표식이 바위며, 나무며, 이정표에까지 그려져 있다. 길을 찾기 애매할 때 도움이 되겠으나, 보기에 따라서는 좀 흉물스럽다.
△ 삼거리. ↑ 천태공원(천태산 정상), → 천태호. 이후부터 양산 매봉산악회에서 붙여 놓은 안내표가 지천이다. 친절해서 고맙긴 하나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이니 양산시에서 깔끔하게 단장해두면 더 좋겠는 걸..
△ 특이한 모양의 나무가 교차로 역할을 하고 있는 사거리...우리는 직진. 왼쪽은 안태리로 가는 길
△ 잠시 숨 돌리면서...나뭇가지에 웬 눈이? 솜이? 아마 벌레집의 일종인 듯.
△ 왼쪽 전망대에서. 저멀리 종남산과 덕대산이 보인다. 덕대산...제법 뚜렷한 길이 있어 진행해보면 어김없이 무덤으로 연결되어 산꼭대기까지 무덤이 있는 희한한 산이었지. 가시 잡목이 너무 많아 한겨울인데도 어찌나 힘들던지 "덕대산 가려다가 ‘떡’되지 않으려면" 봄여름 산행은 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던...
△ 550봉을 거치지 않고 내려서니 천태공원이다. 길 건너 왼쪽 길로 다시 올라선다.
△ 처음부터 오르기만 했다면 오히려 덜 힘들 것 같다. 하나의 산을 올랐다가 내려와 새삼 오르는 길이라 높이나 시간과 무관하게 제법 힘든 느낌이 든다. 헥헥!!
△ 그늘진 오솔길, 약간 오르막을 섞어가며 30분쯤 오르면 이정표다. 천태산 곳곳에 안내판이 많지만 한결같이 거리는 없다. 좋기도 하고(무조건 가야 하니까) 아쉽기도 하고(얼마나 가야하는지 모르니 답답해서).
■ 천태공원을 통과할 무렵 날씬한 여자분과 좀 무거워보이는 듯한 남자분도 우리 뒤를 따르더니, 좀 쉬는 사이 훌쩍 앞장선다. 아, 부러버라~ 몸이 가벼우니 저리 날아가는구나. 근데 자세히 보니 여자는 배낭도 없이 빈 몸이다. 드뎌 껀수 잡았다 싶어서 '그래 배낭도 없이 가니 당연하지' 하며, 말하려는 순간 다시 보니 이번엔 남자가 매고 있던 그 큰 배낭을 여자가 메고 가는 게 아닌가. 이번엔 불리하니까 암말 안했다. ㅎㅎ
△ 저멀리 무척산이 보이고...아래 천태호의 모습.
△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우리가 지나온 길. 푸른 선 따라 천태사에서 올라 능선길을 타고 오다가 내려서서 다시 천태공원에서 올라왔지.
△ 천태산 정상석
△ 천태산 정상석을 보면서 왼쪽부터... 산 이름이 정확한지는 자신이 없구먼요.
■ 정상 바로 아래에서 점심 식탁. 오늘은 쇠고기국에 밥 말아 김치와 후루룩.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후식용 천도복숭아는 간식으로 남겨놓고. 그늘이 적당한 곳에서 살랑바람 즐기며 잠시 눈 붙이고 싶었으나, 약간 기울어진 지형 탓에 몸이 쏠려서 포기하고 그냥 일어났다. 요즘은 밥만 먹었다 하면 졸리니...늙어가는 게지 뭐.
△ 이 산속에 나무를 엮어 제법 반반한 평상이 만들어져 있다. 왼쪽에 한 패거리가 앉아 떠들썩하다.
△ 여기가 문제의 지점. 원래 계획대로 비박굴로 해서 하산하려면 진행 방향의 왼쪽 길로 갔어야 했는데, 천태사 팻말만 보고 별 생각없이 직진해 버렸다. (구조푯말 20-4지점)
△ 5분쯤 뒤...전망대. 코스장님이 산세를 보시더니 아무래도 잘못 왔다고 하신다. 왼쪽으로 보이는 산 중턱의 바위가 비박굴 쯤으로 보이는데, 우리가 내려가고 있는 길은 바로 천태호 옆으로 가는 것 같다고...역시 코스장이네. 난 인문지리라서 지도나 팻말이 없으면 장님이나 다름 없지..에공.
△ 우리가 걸어왔던 능선...그리고 천태호
△ 15분쯤 내려왔을까. 천태호 깊은 물 위에 산 그림자가 고즈넉하다.
△ 천태호 아래 축대. 저런 높이의 축대를 쌓을 수 있는 인간의 힘이 위대한 걸까, 저 정도의 노력을 해야만 인간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자연이 위대한 거겠지. 저 작업을 하는 동안에 다치거나 희생된 사람은 없었을까... 편리한 문명의 이면이 자꾸만 들여봐지는 요즘, 이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
△ 천태호 옆으로 내려서는 암벽 위에 벌집이 대롱대롱... 자칫 건드렸다간 죽음이겠다.
△ 심심할까봐 밧줄코스. 왼쪽으로 비껴가도 되지만, 난 건넘형이 아니라 내림형이므로 밧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섰다. ㅋㅋ
△ 용연폭포의 모습. 수량이 많으면 홍룡폭포까지는 아니라도 꽤 장관이겠다. 폭포 옆 바위틈새에 자리잡고 누운 커플. 콰~~자리 한 번 기막히다!
△ 천태사 경내에서... <꽃무릇(석산)>, 너무 가까이에서 보지는 말 것. (좀 징그러운 느낌도..) 무리지어 핀 모습을 멀리서 보는 것이 훨씬 좋다.
* 어디로 올라 어디로 내려오는 게 좋은가에 대한 토론 한마당(막걸리를 곁들여..ㅎㅎ)
- 천태사에서 천태공원까지가 상당히 멀고, 천태호 옆으로 내려오는 길은 또 급경사에다가 암벽들이니 거꾸로 코스가 더 괜찮겠다.
- 용연폭포는 사실상 산행의 덤인데, 오를 때보다는 내려올 때 만나야 선물의 느낌이 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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