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3. 22.(일) 계획은 '금오산-매봉 잇기'였으나...746봉까지만(남들은 한나절만에 댕겨 오는디...ㅋ)
■ 어영마을의 매화는 이제 절정을 넘어서는 것 같다. 생강나무 향도 좋다고 하지만, 어디 매화향에 비하랴. 생강나무(동백나무라고도 하지, 소설 '봄봄'에 나오는 동백나무는 바로 이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향을 알싸하다고도 하고 야릇하다고도 하는데, 매화향은 그윽하다. 굳이 향수나 화장품 향에 비유한다면 매화가 좀더 품격 높은 고급향이라 할까.
지난 주에 이어서 오늘은 당고개에서 올라 매봉까지 다녀오기로 했는데, 출발 직전 울 가마 타이어 펑크. 그동안 기름밥도, 농삿밥도 안 먹었지, 체중은 불었지...코스장이 땀깨나 흘리며 빵꾸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동안...나는? (귀경하고 놀았지 뭐). 덕분에 10시 다되어 출발.
△ 출발지는 지난 번 금오산 갈 때 맹키로 어영마을회관 앞.
△ 금오산 간다는 팀을 만나 길을 소상히 안내해주고 있다. 여자 분 曰, '아니 길도 모르고 산에 가자고 데꼬 왔는갑네'. 그런 코스장 만난 것도 아지매 복이지요 뭐..ㅋ
△ 대밭 아래 색색의 매화는 절정을 이루고...(일반 매화, 청매, 행매, 홍매)
△ 어느 농가 마당에 핀 목련. 대부분 목련은 사람 키가 훌쩍 넘는데, 아직 어린 나무일까 손에 잡힐 듯.
△ 지난 번 당고개에서 내려왔던 길로 이번에 올라간다. 원동 기도원을 왼쪽으로 돌아서...
△ 무당개구리. 급한 상황이 생기면 뒤집어져서 붉은 배를 내보이거나, 네 발을 하늘을 향해 치켜 올린다나
△ 제비꽃도 하 종류가 많아서리...민둥뫼제비꽃과 털제비꽃의 잡종 같기도 하고..
■ 한 주 내내 열받은 얘기하느라 기어가듯 걸었다. 산에까지 와서 그런 쓰잘 데 없는 얘기하냐? 그렇게라도 해야 또 한 주 숨 쉬고 살지..누가 그랬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우째서 사람이 저 모양이고? 우째 사람이 저럴 수가 있노?' 하다가는 더 열 터져 죽을 지 모르니 차라리 '아하, ...겠지, ...구나' 하는 게 낫고 더 高手는 불쌍히 여긴다고... 하지만 직접 당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저 세월을 보낼 수 밖에.(맞나요?)
△ 쉬엄쉬엄 와도 사람의 한 발짝들이 무서운 법. 벌써 당고개다. 왼쪽이 금오산, 오른쪽이 우리가 가야 할 770봉
△ 710봉에서. 전망이 상당히 괜찮다. 더 올라가면 전망이 더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서 일단은 몇 컷 찍었지만, 정상에서 찍은 것을 올려야쥐~~왼쪽 바위 끝에서 기도하면 제법 효험이 있을 듯.
먼저 전망대에 올라 쉬고 있는 팀들이 말을 걸어온다. 가지산이 여기서 보이느냐, 저게 무슨 산이냐..코스장님이 대답하는 것을 들으면서 은근히 스스로를 대견해한다(나도 아는 거거든~)
■ 부산일보 산&산의 지도를 보니 770봉 아래 로프구간이 있기에 내심 재미가 쏠쏠하겠다고 기대를 했는데...저게 그건가? 5m는 족히 되겠지? (코스장님은 12m 정도 된다고 빡빡 우겼음) 90도 정도의 직벽에 로프가 두 줄 매어져 있는데 전날 비가 와서인지, 그 사이로 물이 스며나오는 것인지 젖어 있다. 한 팀이 올라오기에 먼저 보내기로 하고 뒤처졌다. 어찌 갈 건지 참고하려고 하니 한 사람은 직벽의 로프를 타고 가고, 또 한사람은 오른쪽 둥근 바위를 우회한다. 나원 참, 헷갈리게.
어느 쪽도 만만치가 않다. 직벽은 너무 가파르고 좁아 운신하기가 어렵고, 오른쪽 바위는 나무에 몸을 튕겨가며 지나가야 하는 데다 바위에 홈은 한두 군데 보이지만 상당히 미끄럽고, 아래쪽에 이끼가 많아 조금만 발이 미끄러지면 아래로 수직낙하하겠고...어디로 가는 게 나을까 고민하는 중에 또 한 팀이 온다.
한 사람이 오른쪽 바위로 먼저 가더니 나보고 도와줄테니 오란다. 처음 보는 사람의 손을 선뜻 잡는 것도 내키지 않는데다 술 냄새가 확 풍겨서 불쾌하다. 무엇보다도 잘난 척하는 게 보기 싫다. 여기도 손 잡아 줄 사람있다고요오오오. 나무에 의지해서 바위까지 오르긴 했는데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손을 내밀고 기다리는데 정작 내 손은 바위에 붙어서 떼지를 못해 손을 맞잡지 못하고, 미끄러질까봐 바위를 잔뜩 끌어안고 돌아서 내렸는데 오른쪽 허벅지가 칼로 베는 듯 통증이 온다. 신불산 칼바위에서처럼 쥐가 나는가보다...에공.
△ 제법 긴장했는지 지나오기 전에는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지나 와서 찍은 모습
△ 770봉, 전망이 멋지다. 이번엔 오른쪽에서부터 파노라마를 펼쳐볼까. 금오산 정상 아래 약수암이 멋지게 자리 잡았다. 왼쪽 능선을 따라가면 천태산, 그 사이 너머로 무척산도 보인다.
△ 토곡산은 볼수록 괜찮은 산이다.
■ 770봉을 지나 왼쪽으로 가면 가래봉이란다..ㅋ. 이제 말도 헛나오지? 왠 가래봉? 벼락덤이지. 우리는 영축지맥을 따라 매봉쪽으로 가야지. 걷기 좋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왼쪽은 헬기장인 760봉을 거치지 않고 746봉으로 가는 우회길이다. 우리는 표지기들이 더 많이 조롱조롱 달려 있는(ㅎㅎ) 오른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 노자산, 산방산 등 남해안에서나 볼 수 있다 생각했던 얼레지다. 아직 꽃을 피우기엔 바람 끝이 매워서일까, 입을 앙다물고 있는 듯하다.
△ 760봉, 최남준님의 안내 팻말이 있다. 그 옆에 울 표지기를 달고 싶었지만,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아래 나뭇가지에...떼어내거나 가지 꺾지 마셔요!
△ 헬기장에서 약간 왼쪽으로 꺾는 듯이 길이 이어진다.
△ 큰 무덤 가의 오가암. 막연히 암자이거니 했는데, 바위 이름이다. 吳家岩.
△ 여기가 746봉인가 보다. 매봉으로 가려면 왼쪽인데,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울고 있으니 우리는 여기서 진달래군락지를 지나 하산해야겠다.
△ 전망바위에서 되돌아 보니...
△ 소나무는 이렇게 바위와 어우러질 때 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 같다.
△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닭봉' . 여기서부터는 급내리막이다.
△ 내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바람이 분다니까~~
△ 닭봉 근처의 암봉
■ 안부다. 직진하면 닭봉으로 오르고, 우리는 오른쪽 급내리막길로... 감나무며 돌담 흔적이 역력한 마을터다. <들산마을>터란다. 포크레인 정도는 올라왔던 것처럼 보이는 산판길을 따라 어영마을로...
△ 흔치 않은 <남산제비꽃>이다. 잎이 다른 제비꽃과는 다르고, 향기도 짙다.
△ 현호색까지..
△ 마을회관이 보일 무렵...매화향을 맡으면서 맞은 편 산을 바라본다. 오른쪽이 금오산 정상. 지난 번 산행 때 우리의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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