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3. 14.(토) 저 산에 매화 다 피어부럿어...
물금 - 원동 - 58번 국도 - 배내골 방향 - 어영마을 - 마을회관 - 대밭옆 - 무덤 - 앞고개 - 암릉지대 - 금오산 정상 - 당고개 - 기도원 - 원점회귀
① 물금 - 원동 - 58번 국도 - 배내골 방향 - (좌회전) - 어영마을 - 펜션가 - 마을회관
② 마을회관을 등지고 마주보이는 대밭쪽 - 백림사 안내판 앞에서 왼쪽 시멘트길 - 직진 - 무덤
③ 앞고개 - 오른쪽 산길 - 이정표 - 전망바위 - 암릉지대 - 금오산 정상
④ 정상석을 등지고 정면 내리막길 - 시멘트길 - 약수암 안내석 뒤로 - 갈림길 - (직진) - 당고개 - (오른쪽) - 원동기도원 - 원점회귀
■ 오늘은 참치캔도 챙겼다!
그런데, 일주일간 몸과 마음을 너무 혹사한 탓인지, 배낭을 매기도 전에 두 어깨가 묵직하다. '우루사' 선전처럼 곰 한 마리가 두 어깨를 걸터 타고 있는 듯 무겁기만 하다. 일주일 내내 야근 아니면 술자리였다. 이 좋은 휴일날, 밀린 잠이나 잘 것이지 부득부득 왜 나오는 건지...
낙동강을 지날 무렵, 순매원 근처는 이미 매화를 보려는 구경군들로 가득하다. 철길을 배경으로 하얗고 분홍색을 띤 매화 꽃망울이 가득하고... 그동안 포근한 날씨는 어데 가고 차가운 바람이 한겨울 못지 않다.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에 매화향을 느끼기는 어려웠으나, 봄은 봄이로다!
△ 배내방향으로 달리다가 어영마을 안내판을 보고 좌회전하기 전...차를 잠깐 세우고 차창 너머로 한 컷 했더니, 코스장님이 예전엔 내려서 요리조리 찍더니 이젠 내리지도 않는다고 한 소리ㅋ
왼쪽 길가에 각종 안내판이 즐비하다(어영마을, 청수가든, 백림사, 석운사, 산내들, 늘방실...)
△ 어영교를 지나면 버스가 다니는 길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포장도 허술한 좁은 길로 이어진다. 갖가지 이름의 펜션마을이 이어지고...
△ 드뎌 마을회관
△ 마을회관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저 대밭 옆으로 올라간다.
△ 시멘트길이 갈라지는 곳에 <백림사>를 알리는 작은 안내팻말을 보며 길을 꺾는다.
△ 잠시 발길을 멈춘다. 매화 가지를 코 끝에 당겨보니 그 은은하고 오묘한 향내가...
사실은 그저 지나치면서 맡는 향기가 훨씬 강하다.
매화 앞에서 / 이해인 ♣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어둠에 이르기까지 먼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아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 자세히 보니 매화도 종류가 많은가 보다.
- 꽃잎이 복숭아꽃처럼 붉은 것은 <홍매>이고, 얼핏 희게 보이는 꽃도 두 가지가 있단다. 꽃잎은 흰색인데, 꽃밭침이 붉은 것은 일반 매화이고, 꽃잎은 백색인데 꽃밭침이 녹색인 것은 <청매>, 꽃잎 자체가 분홍색인 것은 <행매>란다.
- 공부할 게 갈수록 많아지네, 그려!
△ 걷기 좋은 산길이 끝날 무렵, 임도를 만난다. 여기가 <앞고개>, 정비 공사를 하려는지 잔돌을 잔뜩 쌓아 놓았다.
△ 앞고개에서 오른쪽 산길로. 입구에 표지기가 즐비하다. 우리도 한몫해야지. 제일 오른쪽 보라색이 울 표지기.
△ 숭촌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날 즈음, 뜻밖에도 울 표지기를 만났다. 힘들게 프린터로 뽑아내어 매었던 <AM25, 精金照應>, 눈물이 핑 돌 만큼 반갑다. 허술히 매어진 채로 2년 3개월 동안 우리를 기다렸다니..(06.12.)
△ 잇따라 나오는 전망바위에서. 10시 방향으로 누렇게 흙이 드러나 보이는 에덴벨리, 그 왼쪽으로 뒷삐알산, 그 앞으로 안전산도 보인다.
△ 오른쪽으로 이어서 토곡산의 힘찬 산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볼수록 괜찮은 느낌의 산이다. 저멀리 장군봉, 고당봉도 확인되네.
△ 오른쪽으로 토곡산에 이어 천태산
△ 천태산 오른쪽 너머로 흐릿하게 신어산, 무척산
△ 암릉지대 입구에서 또다시 울 표지기.
△ 멋진 바위. 바람이 세차게 부니 어질거려서 오래 서 있을 수도 없다. 바위 너머 안태호가 보이고...온 천지에 산인데도 왜 산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을까..
△ 안태호 오른쪽 산줄기를 따라 눈을 돌리면 너덜에서 넘어져 황천갈 뻔 했던 구천산.
△ 구천산 너머로 뾰족한 종남산도 보이고, 오른쪽 뒤로는 철탑이 있는 만어산. 구천산과 만어산 사이에는 감물고개가 있겠지?
■ 정상 전 큰 암봉 앞에서 올라갈까 우회할까 망설이는데, 뒤에서 한 분이 앞장서시면서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일러준다. 아마도 나를 보고 한 말이겠지 ㅠㅠ. 잠시 후 바위 위에서 소리친다, 괜찮으니 올라오라고.
막상 라갔더니, 끝까지 암릉지대로 가기는 어렵고 다시 내려서서 우회할 수밖에 없다.
△ 2006년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이 곳을 통과하지 못하여 비실대었었는데...하긴 지금도 썩 편하게 지나가진 못했다. 생겨먹기를 그런 걸 어이 하리... 다들 로프가 있으니 여차 하는 순간에 매달리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매달리기 위한 내 팔 힘을 믿지 못하니...으샤으샤 힘 기를 수밖에.
△ 드디어 <금오산> 정상. 서너 팀이 올라와 각자 산들을 가리키며 저 산은 무슨 산이고, 지난 번에 어찌 했고...할 말이 오죽 많으랴. 나 역시도 그런 걸. 소란스러워도 정겹다. 산에서 만난 것 하나만으로도.
△ 고도가 높아지니 토곡산과 천태산 너머로 신어산, 그 왼쪽의 뾰족한 동신어산도 보인다.
△ 우리가 지나온 암봉
△ 정상석을 등지고 섰을 때 8시 정도 방향으로...멀리 깨진 바위가 선명한 억산과 그 오른쪽으로 제법 웅장한 자태의 운문산이 보인다.
△ 억산과 같은 방향 앞쪽으로 취경산, 벼락덤이 자락이.
눈비 오는 날 벼락덤이에 다다르고도 벼락덤이인 줄 몰라 엉뚱하게 동화마을이 아닌 반대편 국전마을로 내려섰던 명필봉 산행.
△ 운문산에 이어 사자봉과 수미봉, 그리고 향로산 자락
△ 10시 정도 방향
△ 11시 방향
△ 우리가 올라왔던 어영마을의 모습
■ 약수암을 거쳐서 하산하려면 정상석 뒤로 가야 한다. 우리는 정상석 맞은 편 소로로 내려서기로 한다.
몇 걸음 내려서지 않아 바위 틈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은폐(엄폐)+전망+햇살=3위 일체 자리를 찾아, 오늘은 맹물이 아닌 참치까지 든 김치찌개에다 돈나물 고추장 무침까지. 커피까지 한 잔 타마시고 당고개를 향해 발~출!!
내려오는 길은 아주 급내리막이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 얼었다가 녹기 시작하는 진흙이 미끄러운 길이 반복되면서 잠시도 신경을 흐트릴 수 없다.
△ 약수암에서 이어지는 시멘트길
■ 약수암에서 이어지는 길이 보일 때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길이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중, 앞서 가던 사람들이 되돌아 오면서 길을 헤치려고 하니, 임도에서 올라와 금오산 정상쪽으로 가던 산행팀이 길을 일러준다. 시멘트길에 약수암 안내석이 서 있는데 그것을 돌아서니 당고개로 이어지는 산길이 나타난다.
머지 않아 다시 갈림길. 이번에는 직진길을 택한다. 오른쪽 길로 가도 문제는 없으나, 당고개 아랫지점과 이어지므로 우리는 당고개 팻말을 보기 위해 직진했다.
△ 당고개 안내팻말. <준.희>의 최남준님 팻말이기를 기대했는데... 오른쪽 한 모퉁이에 울 표지기를 매고, 사진을 찍으려니 왠 바람이 그리도 휘몰아치던지.
△ 당고개에서 내려서는 길 모퉁이에서. 세상에...양지꽃이다. 새 잎이 돋는 걸 보면서 머잖아 만나겠구나 생각했는데, 어느새 곳곳에 노오란 꽃을 피워 내었네.
△ 흑염소도 만나고.
△ 개불알꽃. 이건 <개불알꽃>다. <봄까치꽃>이라고도 한다.
△ <꽃다지>
△ <민둥뫼제비꽃>까지..
■ 어영마을로 돌아오면서, 아침 등산길에 봐 두었던 매화가지(꺾여서 땅에 떨어져 있던)를 가지러 갔다. 바람이 조금 잔잔해지니 온 사방에 매화향이다. 이런 향내는 향수로 만들지 못할까. 그 중 괜찮은 가지 하나 꺾어 내어 오는데,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는데도 괜히 마음이 쓰인다. 고운 꽃을 꺾어 간다고 할까봐. 뒷좌석에 세워 놓았더니 차 안 가득 오묘한 향내가 진동을 한다.
야마오 산세이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에게 남아 있는 '야생에의 회귀 본능'이 주말마다 편안한 집을 마다하고 불편한 잠자리를 위해 텐트를 들고, 불편한 길을 찾아 나오게 한다고. 나도 그런 걸까. 자꾸만 산을 찾아서 나서게 되는 것이. 산이 우리에게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산에게로 가는 것일까.
어쨌든 오늘 하루도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산자락으로 가득한 전망, 그리고 사방에 분분한 매화향 덕분에 행복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사람이 있어서 더욱 행복하다. 또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또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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