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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ㄱ,ㄴ,ㄷ,ㄹ,ㅁ

금정산 제3망루-고당봉(801.5)(4) : 구서동 기점

by 참 좋은 당신 2008. 7. 21.

2008. 7. 20.(일)  빗물도 흐르고, 비구름도 흐르고, 내 마음도 흐르고...

 

구서동-제3망루-의상봉-원효봉=북문-고모당-고당봉-금샘 안내판-범어사

① 구서동 우성아파트 1동 앞-산길(제7등산로)-119 구조안내팻말(7-9)-제3망루

② 성벽길-제4망루-원효봉-북문-고당샘

③ 고당봉 정상-(금샘가는 길)-능선-청련암,내원암 뒤 대숲-범어사

 

 


■ 일요일 산행, 태풍 갈매기호가 북상 중이라더니, 일기예보가 며칠째 오락가락한다. ‘흐리고 한때 비-구름많음-흐리고 오전부터 비-흐리고 낮부터 비’. 일단 웃비 없으면 출발하기로 하되, 원래 산행 예정지인 에베로릿지는 비가 오지 않더라도 도중에 비를 만나면 위험하니까 다음으로 미루고 금정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구서동에서 출발하여 제3망루로 오른 다음, 날씨 상황 봐가며 이후 경로를 정하기로 했다.

구서동 우성아파트 1동 앞 차도 건너편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금정산을 오를 때마다 이리저리 얼마나 길이 많은지 마치 거미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북구보다는 동래구쪽이 더한 것 같다. 산길로 들어서면 갈림길이 몇 번 나오지만 대부분 제3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라 보고 별 고민 없이 올랐다. 비가 오고 있지만 바닥에 큰 돌이 잘 받쳐주는 데다 흙도 별로 미끄럽지가 않아 크게 신경 쓸 일도 없다.

 

 

 

△ 부산시에서 달아놓은 제7 등산로 표지기. 저렇게 대대적으로 안내하고 정비하다 보니 나뭇가지에 매어져 있던 각종 표지기들은 자취를 감췄다. 아마 울 표지기를 달았던 가지들도 숱하게 잘려 나갔겠지?

 

 


■ 제3망루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우산을 받친 채 토마토 하나씩 먹고, 바위군을 돌아 제3망루에 도착. 망루 안에서 커피 한 잔하며 집중포화 같은 비를 피하고 있는데,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산악회 팀들이 도착. 진주서 왔단다. 비가 퍼붓기 시작할 때 이런 날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을까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한 술 더 떠서 ‘날씨 좋지요?’하며 말을 건다. 좋긴 좋다. 이런 날 산에 오르지 않으면 바람에 흘러가며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비구름의 모습을 어찌 구경하리...

 

 

 

△ 들머리에서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하게 되는 제3망루의 모습. 잠깐 비구름이 걷혔을 때 조망이 멋졌다. 과연 망루라 할 만하다.

 

 


■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우산을 쓰고 가다보니 손이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고 시야도 불편하고... 한참 비맞고 가다 보니 내건 생활방수밖에 안되는 거라 옷이 젖고 있는데, 코스장님 거는 고가의 명품이라 그런지 빗방울이 튕겨 나가며 멀쩡하다. 에고...

 

 

 

△ 제4망루의 모습. 멀리 큰 암봉 위에 공처럼 서 있는 바위 모습이 특이하다.

 

△ 원효봉 정상. 간이 팻말 옆에 울 표지기를 매어 두었다.

 

△ 북문에서 10시 방향으로 보이는 우리 고당정의 모습(원 안). 비구름이 걷힐 때를 포착하느라 한참 서있는데, 뒤에 있는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던 50대 부부가, 혼자 서 있는 내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와서 같이 밥 먹잔다.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

 

△ 북문에서 1시 방향으로 보이는 금샘(추정 위치). 북문 지붕을 넣어 찍어보았다 .

 

 


■ 완전 방수를 자랑하던 등산화...신발을 통해 물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세찬 비에 젖어버린 바지를 통해 양말로, 다시 신발로. 북문에 도착할 즈음에는 질척거려서 물도 채울 겸 잠시 쉬면서 신발을 벗었다. 깔창과 양말에 물이 흥건하여 짜보니 두두둑... 고당봉으로 오르면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신발을 보니 거품이 보글거릴 정도다. 하긴 다 마찬가지지 뭐. 우리도 스패츠를 하나씩 사야 할까?

 

 

 

△ 고당봉 오르는 길에 두꺼비 한 마리. 카메라를 들이대도 놀라는 기색도 없고 반응도 없다.

 

△ <흰여로>, 독성이 강하여 예전에 사약을 제조할 때 쓰기도 했다는 풀

 

△ 고당봉 정상 근처에 목재 데크를 정비해놓았다. 편하고 안전하기는 하지만, 바위를 타고 오르던 그 기쁨, 스릴을 맛볼 수 없다는 게 서운하기도.

 

△ 고당봉 정상.

 

 


■ 정상 오른쪽 끝 바위(등받이도 있었음ㅋ)에 앉아 운무를 즐기며 점심. 청명한 날씨에 조망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 경관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도 볼 거리였다. 다행히 밥을 먹는 동안은 비가 뿌리지 않아 느긋이 즐기면서... 열무비빔밥, 그리고 커피.

 

 

 

△ 정상석을 바라보면서 2시 방향에 장군봉이 보이고, 오른쪽 녹색으로 보이는 곳이 장군평원.

 

△ 정상석 오른쪽에 새로 만들어진 철제 나선형 계단.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던(빙그르르 돌다 떨어져 엉덩방아 찧은)곳이다. 그런 재미를 이제 느낄 수가 없다니 서운하다.

 

 

 

■ 금샘 가는 길로 진행하다가 능선길을 만났다. 표지기들도 안 보이고, 길 양쪽에 산죽들이 빽빽이 서 있어 다소 성가시기도 하지만 길이 뚜렷하여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길을 놓칠 정도는 아니다. 길 옆 계곡에 가서 재미난 놀이하며 추억도 쌓고ㅋ. 하지만 산모기들이 바글바글하여 헌혈 꽤나 했다. 

 

 

 

△ 올해 처음 만난 <말나리>의 모습. 잎이 돌려난다고 말나리인데, 셔터를 누르려고만 하면 때맞춰(?) 바람이 불어 여러 번 찍었으나 모든 사진이 다 초점이 흐리다. 사진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도다...

 

△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안내판. 오른쪽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이라 출입을 금하려고 하다보니 이런 안내판을 세운 듯. 그 뒤로 푸른 빛이 감돌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숲.

 

△ 대숲을 따라 나와서 돌아보니 <출입금지구역>이라고 되어 있다. 하긴 내려오는 놈(?)을 우째 막을 거여.. 지난 번 고당봉 갔다 올 때는 펜스에 가로막혀 난감해 하다가 주변을 살피니 웬만한 덩치도 통과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멍을 만들어 놨더만.

 

 

△ 청련암, 내원암 입구. 길 양쪽에 돌을 세우고, 왼쪽에는 '내원', 오른쪽에는 '청련'이라고 새겨 놓았다. 등이 제법 굽은 아주머니 한 분이 출입문에 붙여진 '사찰순례탐방 ' 안내문을 오랫동안 읽고 있었다. 저 분 역시 세월을 보내기가 얼마나 고되었을까....

 

 


■ 오늘은 차가 없는 날, 이런 기회가 잘 있겠나 싶어 범어사 입구에서 지짐에 막걸리 한 사발 하고 가자고 뜻(뭐 거창한 건 아니고..ㅋ)을 모았다. 까다롭지 않은 성격(정말 그럴까?)이라 다 비슷비슷하겠지 하며 주차장 옆에 있는 첫 집에 들어갔다가 망했다.

  김치를 안주로 시원한 생탁 한 모금까지는 좋았는데, 정구지전이 나오기에 기대에 차서 들여다 보니 기름에 절은 데다가 테두리 부분이 바싹 말라있다. 그래도 맛보기 전까지는 부쳐 놓은 것을 다시 데웠나 보다 하면서 이해를 했는데, 먹어 보니 뒷맛이 영 시큼하다. 상한 것은 아니지만 마악 맛이 가려는 중인 것 같았다. 생탁 한 병은 다 비우고, 계산하고서 맛이 그렇다 했더니 주인은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이 ‘오늘 만든 건데...’ 이 한 마디가 전부였다. 그런데 다음 손님이 와서 지짐을 시키니까 지짐이 없으니 다른 걸 시키란다. 우이씨. 이 집에는 절대 가지 마세요.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 억울해서 조금 더 내려가다가 ‘숙이집’에서 다시 파전에 생탁, 시작한 김에 주먹구이+소주... 오늘은 쬐금만 마시기로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 어디. ㅎㅎ.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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