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8.(금).-8.9.(토)
지리산 종주의 꿈...걷고 또 걷다.
ο07:40 구례터미널 - 08:20발 성삼재행 버스 - 08:55 성삼재 - 10:36 노고단
ο12:31 피아골삼거리 - 12:43 임걸령 - 13:30 노루목 - 14:09 삼도봉 - 14:30 화개재(점심)
ο15:45 토끼봉 - 16:55 명선봉 - 17:20 연하천대피소 - 18:25 형제봉 - 19:15 벽소령대피소(1박)
ο06:50 덕평봉 - 08:01 전망대 - 08:20 칠선봉 - 09:27 영신봉 - 09:45 세석대피소(아침)
ο10:54 촛대봉 - 11:45 삼신봉 - 12:31 연하봉 - 12:58 장터목 - 13:30 제석봉 - 14:26 천왕봉
ο15:46 법계사 - 17:08 순두류 자연학습장 입구 - (법계사버스) - 17:20 중산리매표소
- 이상 휴식시간, 점심시간 포함(이보다 더 많이 걸리는 일은 거의 없을 듯..ㅋ)
ο몽돌 해수욕장 - 산방산 비원 - 칠불사 - 지리산 온천
■ 지리산...山國 100리, 꿈의 종주 32.4Km. 백무동-천왕봉, 중산리-천왕봉 코스를 다녀왔기에 막연하게 지리산 종주를 해봤으면 하는 생각은 있었으나, 등산 입문 2년만에 이렇게 빨리(ㅋ) 꿈을 이룰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정말 멀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봉우리 하나 넘기가 어찌 그리 힘든지.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옆에서 끝없이 용기를 주고, 희망의 손을 내미는 이가 없다면 내게는 불가능했을 산행이라고 회상한다. 혼자서 뚜벅뚜벅 속도 변화도 없이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 그렇게 되기까지 혼자서 숱한 발걸음을 내딛은 결과겠지...
새벽 4시 반, 알람이 울기도 전에 잠이 깨었다. 수학여행 가는 초등학생 마냥 설렘과 걱정이 뒤범벅되어 밤새 잠을 설쳤다. 아침용 김밥을 사고, 바나나를 하나씩 먹으면서 발출~. 오늘따라 저멀리 산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을텐데...일찍 출발한 덕분에 차도 밀리지 않고 기분 좋게 달려 섬진강가에서 한껏 여유 부리며 아침을 먹고 구례 근처에 도착하니 겨우 7시 반이다. 성삼재까지 가기로 했던 계획을 바꾸어, 구례버스터미널에서 08:20발 성삼재행 버스를 타기로 하고, 대리운전 기사에게 연락하여 키를 넘겼다. 중산리까지 대리운전비가 주차료 포함하여 9만5천원이다. 마음 먹으면 만 원 정도는 깎을 수 있겠지만, 끼니 걱정할 형편 아니니 기분 좋게 쓰기로 한다. 또한 지리산 종주를 멋지게 성공한 다음 바다를 보러 간다는 2차 계획이 있으니.. '시간은 돈이다!'
버스에 오르니 이미 반 이상 자리가 차 있다. 비박하려는지 머리를 넘어서는 배낭을 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10분만에 화엄사에 들렀다가 본격적으로 꼬불꼬불 산등성이를 오른다. 중간에 천은사 입장료 1600원을 별도로 내고 35분만에 성삼재 휴게소에 닿았다.
△ 성삼재 탐방지원센터 입구. 노고단까지 가는 길은 임도 수준의 흙길
△ 보라색 산꼬리풀에 앉은 나비. 아직은 힘이 있으니 요로코롬 여유 부리며 까불거리지!
△ 멀리 노고단(오른쪽)의 모습이 보인다.
△ 이질풀이 지천이다. 물봉선도 많았으나 상태가 좋지 않아 담지 못했다.
■ 도중에 왼쪽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코스장님은 별 갈등 없이 지름길이라며 걸어오던 흙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섰다. 뒤따라 오던 사람들이 확신을 준다.‘지난 번에는 없었는데, 지름길이 생겼네’(ㅋㅋ)
△ 노고단 대피소 앞에서 되돌아 본 길. 우리는 돌아오는 흙길 대신 질러오는 계단길로 온 셈
△ 노고단 대피소의 모습
■ 노고단 대피소를 돌아 왼쪽으로 10분 정도면 고개마루. 왼쪽에 노고단을 본딴 돌탑이 있고, 오른쪽에 노고단이 보인다. 노고단 정상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을 위해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별도의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상시 개방이다.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라는 ‘노고운해(老姑雲海)’가 실감이 난다. 이런 경우에는 과학적인 설명은 별 의미가 없고, 그저 자연의 조화가 이뤄낸 신비의 절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부터 구름과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노고단을 감싸 안은 모습은 마치 구름 바다 같다. 게다가 주변에 원추리, 동자꽃, 도라지모싯대,...갖가지 꽃들이 피어 하늘 정원이라는 말도 나올 법했다. 바람에 구름이 걷힐 때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높은 봉우리들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기도 하고...하여튼 장관이다.
△ 다른 산에도 있을 법한데, 작년이고 올해고 지리산에서만 보았던 동자꽃
△ 노고단 정상석
△ 노고단 정상석 뒷면, 바다에서 건진 돌일까.
△ 도라지모싯대. 짙은 청보라, 연보라, 한두 송이, 대여섯 송이...산행 초입부터 종주 마칠 때까지 연달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함초롬한 꽃잎에 빗방울이라도 머금으면 그 청초함에 절로 미소가 나온다.
△ 노고단에서 내려다 본 노고단대피소. 저 멀리 원 안이 성삼재 휴게소.
△ 돼지령에서 되돌아본 노고단
△ 피아골 삼거리. 오른쪽이 피아골-직전마을이다.
△ 어수리. 바깥쪽 꽃잎이 유독 커서 특이한 모습.
△ 임걸령. 왼쪽 아래에 샘터가 있다.
△ 노루목. 오른쪽 전망대에 앉아 잠시 쉬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지만, 온통 구름 안개인데다 봉우리가 워낙 많아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 반야봉 갈림길.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올라오던 여자분 셋은 반야봉으로 간단다. 1킬로만 가면 되니 좋겠다~ 하는 부러움도 잠시 든 게 사실이다. 종주를 한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정말이지 참 멀기도 하다. 하지만 '왜이리 멀까, 화개재는 왜 안나올까?' 이러다가는 안달이 나고 지쳐서 종주를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봉우리가 한두 개일 때야 요거 하나만 넘으면 되지 하고 위안도 얻지만, 숱하게 만나야할 봉우리들이니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산 속으로 사라지는 낙조 또한 바다의 일몰 못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곳이 반야봉이라는데, 지리산 3대 주봉 중 하나답게 높이며 소요 시간이 만만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비껴 가자니 아쉽다. 멀리서 보면 마치 여인의 어여쁜 엉덩이 곡선과도 같다는데...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갈 때 커피향과 함께 그 자태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지리산 종주의 꿈도 이렇게 빨리 다가왔으니...
△ 경남, 전북, 전남 3도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라서 삼도봉이라 한다. 삼도의 방향을 가리키는 위치 표지를 확인하고 있으니, 아저씨 한 분이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준다. 고맙기도 해라..하지만 안물(안 물어봤는데)! 정상 조형물 꼭대기는 다들 얼마나 만졌는지 반질거린다.
△ 자연 보호를 위해 만들어 놓은 지루한 나무 계단 길(500개도 넘는 듯)을 내려서면 만나는 화개재. 50대 아주머니 예닐곱 명이 우릴 보고 빨리 오란다.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니, 세상에...사진 찍어 달라고. 코스장님이 사진 찍는데 옆에서 거들었다. "사진 못 찍을 거에요. 여자들 잘 못 쳐다보거든요."
■ 굵은 빗방울 한두 개 떨어지는 것 같더니, 금방 후두둑! 하늘 보고 판단하고 할 틈도 없이 기세가 금방 퍼붓기 시작한다. 바람막이 겸 비옷을 꺼내 입고 비를 맞으며 간다. 월요일, 주간일기예보를 듣고서는 ‘전국에 비 없대요, 야호!’하더니... 맨 몸도 무거운데 비까지 맞으니 걸음 속도는 더욱 늦어지고, 토끼봉인지 뭔지는 왜 이리 멀다냐. 이제까지의 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오르막인 것 같다. 토끼봉 정상에서부터는 나무계단 길이다. 명선봉까지는 내리막-평지-오르막이 반복된다. 바닥은 모두 큰 돌 무더기라 발바닥 전체 안닿는 부분이 없이 화끈거리고 발목은 수없이 이리저리 제맘대로 돌아간다.
아직은 등산 초보인 내게 지리산의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지리산은 안 죽을 만큼 힘을 빼는 코스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터질 듯 숨이 찬다 싶으면 시야가 트이면서 멋진 능선들이 보이고, 땀께나 뺐다 싶으면 어김 없이 숲그늘이 나타나고... 인터넷에서 구한 구간별 고도표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지식이 있으니 도움이 되면서도 때로는 지레 겁을 먹게 만드는 이중적인 효과.
△ 연하천 대피소. 대피소 바로 앞에 식수가 콸콸 넘친다. 물맛이 끝내준다.
■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니 벌써 5시가 넘었다. 벽소령까지 두 시간 이상 걸리고, 예약은 했지만 해가 지면 자리 배정을 한다는데 내 걸음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대피소로 전화를 하는데, 이눔의 전화가 안터지네, 맘은 급한디. 서 있는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어 보면서 열 번 이상 시도한 끝에 겨우 통화가 되었다.
근데, 연하천대피소라니까 밤 산행은 위험하니 벽소령으로 출발하지 말고 여기서 대기하란다. 할 수 없이 연하천대피소에서 출발했다고 거짓말했다.ㅋ 그나저나 갈 수 있으려나, 해진 후에 도착하더라도 일단 연락했으니 괜찮겠지 뭐. 물 뜨러 가는 사이에 전화 해놓으라는 말을 안듣고 늦게 연락했다고 코스장님께 한 소리 듣고...(음미, 기죽어~). 시원한 물로 한껏 목을 축이고, 이제 마지막 코스를 향해 기운을 추스르고 걷기 시작한다.
△ 형제봉을 지나 되돌아본 명선봉(비가 너무 오는 바람에 정작 형제봉의 멋진 암봉은 촬영도 못했다)
△ 형제봉 쯤에서 되돌아본 반야봉. 오른쪽 능선을 보라..
△ 벽소령 대피소 직전에서 되돌아 본 형제봉
■ 멀리 보이는 저 고개를 넘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저기 보이는 전신주 같은 거 있는 데 정도일 거야...희망을 갖고 열씸 걸었다. 7시가 넘어(그래도 아직 밝아요) 벽소령대피소가 내려다 보이는 고개에 도착.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아, 드디어 도착이구나.
벌써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내 기분일까, 다들 벅찬 얼굴들이다. 나름대로의 감회를 즐기고 있겠지. 숙소 배정을 받고...벤치에서 준비를 하다가 마침 식탁이 하나 비기에 얼른 자리를 옮겨 라면을 끓이기 시작한다. 넉살 좋은 사람이 이런저런 말을 걸더니 먹어보라며 황태채를 건넨다. 이런 풍경이 아직은 낯설다.
필요가 발명을 낳고 궁하면 통한다던가. 버너 하나로 햇반을 데우고 다시 카레나 라면을 끓이려니 시간도 걸리고 번거롭기도 하고...햇반을 열어 라면이 끓을 즈음 바로 넣고, 황태채도 넣어 북어 라면밥을 해 먹었다. 10분이면 Okay Dokay!! 무거운 짐 속에 소주 두 팩을 넣어왔는디...옆 자리 두 사람을 모른 체할 수 없어 몇 잔 돌렸더니 금방 바닥이 나 버린다. 에고...
‘벽소명월(碧宵明月)’이라 했던가. 시인 고은은 "어둑어둑한 숲뒤의 봉우리위에 만월이 떠오르면 그 극한의 달빛이 부스러지는 찬란한 고요는 벽소령이 아니면 볼수가 없다"고 찬탄하였다는데, 비는 그쳤으나 사방은 구름으로 가득차 달과 푸른 기운이 도는 분위기는 느낄 수가 없겠다.
숙소는 9시에 소등해 버려 저녁 먹고 들어섰을 때에는 벌써 깜깜하다. 마침 옆자리는 통로라 좀 편히 자겠다 했더니, 두어 사람이 어찌나 코를 골아 대던지.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귀마개를 가져와야지. 엎치락 뒤치락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2시를 넘어서고...깜박 잠들었던가, 옆에서 부시럭대는 소리에 잠을 깨니 4시10분, 곧이어 코스장님의 문자 알림음.
△ 세석평전을 향하면서 되돌아본 벽소령대피소의 모습
△ 전망바위에서 바나나를 먹으면서...멋진 구름과 햇살
△ 덕평봉 선비샘, 덕평봉은 왼쪽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봉우리들은 정상을 거치지 않도록 약간 아래쪽으로 등산로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 칠선봉 못미쳐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 멋진 능선. 종주가 처음인데도 우찌 봉우리 이름을 아느냐고?
정답! 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봉우리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응께...ㅋ. 마침 하늘이 맑아져서 운좋게 한 컷! 이번 산행 중 얻은 선물.
△ 칠선봉. 7개의 암봉이 마치 일곱 선녀가 한자리에 모여서 노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 영신봉까지도 참으로 멀다. 높고 낮은 봉우리를 수없이 오르내리며 한 시간 가까이를 걸었을까. 이제 공포의 계단...저걸 올라서야 영신봉이겠지. 세석대피소까지 0.6km라는 이정표가 희망을 준다. 9시 반이 넘은 시각, 덕분에 대피소는 한산한 편이라 쉽게 식탁을 얻고 북어김치죽을 준비한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나오더니 주위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 달랜다. 쓰레기를 되가져 가야 하지만 안그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우리는 되가져 오려고 비닐봉지에 담아두었는데 억울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내 맘을 알아챘는지 맘 좋은 직원들이 받아주기에 한 짐 덜었다. 재수!!
△ 촛대봉을 향해 가는 돌계단길에서 내려다 본 세석대피소의 모습. 가까이서는 몰랐는데, 이렇게 멀리 높이 서서 보니 세석평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 봉우리의 모양이 마치 촛농이 흘러내린 듯 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촛대봉 중의 한 암봉
■ 장터목까지의 길은 어제 걸었던 구간에 비해 걷기가 좋은 편이고, 주변 경관은 더 아름답다. 연하봉이 바라보이는 꽁초바위에서 마음은 급하지만 등산화를 벗었다. 발바닥이 불에 덴 듯 뜨겁고 욱신거려 너무 고통스럽다. 양말까지 벗고 맨발을 쳐다보니 내가 봐도 ‘참 못 걷게 생겼다’.덩치에 비해 얇은 발바닥, 가는 발가락. '어디다 써 먹을꼬?' 했더니, 금방 응답이 온다. '버선 신고 장구나 치면 되겠다'
△ 연하봉 이정표
△ 구절초와 쑥부쟁이. 아직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코스장님을 위해..ㅋ
■ 백무동에서 천왕봉 오르며 머물렀던 장터목 대피소. 캔커피를 사서 한 모금하고, 올라야 할 제석봉 쪽을 바라본다. 급경사길과 그 주변을 목재 계단 등으로 잘 정비해놓았다. 덕분에 울 표지기는 온데간데 없고..ㅠㅠ. 하루 10시간 산행이 처음도 아닌데 불편한 잠자리, 소나기, 그리고 연속 산행 때문인지 몸이 엄청 무겁다. 빤히 보이는 곳까지 거리가 왜 그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 제석봉 근처. 억새, 도라지모싯대, 구절초, 원추리...각종 야생화와 잡목 사이에 서 있는 고사목.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일까...
△ 통천문
△ 천왕봉 정상석(앞,뒤). 통천문에서 정상까지는 가파른 암봉인데다 구름에 싸여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니 갑갑하기 그지 없다. 정상석을 발견하는 순간, 가슴이 찡해진다.
■ 지난 번에는 3대가 덕을 쌓고 적선해야만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단박에 보았는데, 오늘은 정상 주변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려갈 길이 머니 마음이 급하여 잠시 숨 돌리고는 천왕샘 쪽으로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천왕샘에 물은 있었으나 흘러내리는 물이라 받기가 어렵고, 고인 물을 떠 먹어야 해서 몇 모금 맛만 보았다.
급경사 바윗길.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ㅋㅋ 누가 그랬던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 있어서도, 스스로를 시험해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내려갈 때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는 고소한 맛 때문이라고.ㅎㅎ
△ 개선문
△ 법계사 일주문
△ 로터리 대피소
■ 아저씨 한 분이 일러준 대로 법계사에서 칼바위쪽으로 가지 않고 순두류로 가서 자연학습장 입구에서 법계사 셔틀버스를 타고 중산리로 가기로 했다. 법계사에서 자연학습장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1시간, 1시간 반, 2시간...여러 설이다. 우리 걸음으로 최대한 빨리 걸으면 1시간 정도면 될 것이라고 가늠해보며 서둘러 걸어본다.
40분 쯤 걸었을까, 순두류 계곡을 지나 쉼터에서 일가족 3명을 만났다. 묻지도 않았는데 5분이면 버스 타는 곳이 나온단다. 이제 곧 버스를 타겠구나 기뻐하며 별 의심 없이 믿고 걷는데 걸어도 걸어도 임도가 안나온다. 이런~ 나쁜 사람들. 희망을 주려는 의도는 좋으나 어느 정도라야지. 그 말만 믿고 쉬지도 않고 걷다가 탈진하면 책임질거여? 법계사에서 무려 1시간 10분이나 걸려서 임도에 도착, 마악 출발하려는 버스를 운좋게 잡아 탔다. 버스요금은 천 원이라고 알려졌으나, 절에서 운영하는 버스 답게 성의껏 요금을 넣으란다. 고마운 마음에 2.5배씩 보시했다.
△ 중산리 매표소 입구. 우리를 태워 준 법계사 버스가 돌아간다.
■ 거짓말 같다. 평소 하산할 때면 어김 없이 애먹이던 무릎도 괜찮고 발목 한 번 삐지 않고 아무 탈 없이 32.4km 종주를 마치다니...이제 山國에서의 32시간 35분을 뒤로 한 채 밤바다를 보며 소줏잔을 기울이기 위해 거제 몽돌을 향한다. What a Wonderful Mountain country!
당분간 왠만한 산들은 아기자기해 보이겠지?
<구간대별 고도표>
<구간대별 시간>
<지리산종주 Milestone>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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