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邱日誌_비슬1983.6/조 응
표를 바꾸어도
열차는 구포를 떠나고 밀양을 지납니다.
맛나게 드셔주신 만찬
동성로 당신이 얼마나 이뿐지 모릅니다.
'슬픔이 기쁨에게' 떠올리며
서문시장 군밤 당신 여린 손목에 안기우고
이레 전 눈여겨 둔 황실을 찾았지요.
잠 한 번 달게 자봤으면...
깨우지 아니 합니다, 아니 못합니다.
달구벌 동쪽 끝에 지천으로 능금이 익어가도
달성 비슬 성황당 돌 하나 기도 둘
'울금이 무릎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무릎 아파도 산에 가게 해주세요'
금빛표지 암장 견뎌낸
당신이 용기 내어 얻어온
대견봉 너럭바위 마음점, 참으로 따듯했습니다.
산벚나무 붉은 잎새
은행빛 노오란 가을을 줍는 당신을
가슴 품고 한 삶을 건너려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