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에서/송수권
겨울이 오면 깊은 잠에 들겟다
오랜 순례자의 잠 끝에 비치는 꿈
老子의 흰 수염이라도 만져보겠다
가시내야 山가시내
네 눈동자 그믐밤 같아 정이 들면
너와지붕 추녀 끝 고드름 발을 치고
깊은 잠에 들겠다
천지에 죽은 듯이 눈이 쌓이고
뒷산 구름에 눈사태 지면
꿈 깬 잠 도로 들고
꿈속에서 너의 썰매를 끄는 나는 한 마리 개가 되겠다
가시내야 山가시내
山蔘잎에 구르는 네 목소리
꿈속에서도 자주 눈사태처럼 들리고
늦은 二月에서야 나는 저 줄을 선 닥나무밭
닥나무 노오란 닥꽃으로 피어나겠다
'꿈꾸는 섬' p.11 송수권 (주)문학과 지성사 200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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