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로는 다할 수 없이 예뻤다, 멋있었다, 아름다웠다, 황홀했다... 그리고 오랫만에 걷는 눈길은 힘들었다.
멀리서 바라 본 가지산, 천황산, 운문산, 영축산...모두 꼭대기에 눈을 이고 있어서 기대로 부푼 가슴을 안고 삼양교 근처 구.제일농원으로 들어섰다. 구룡소폭포에 이어 묘향암 터 근처에 가니 바닥에 눈 흔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다가 점점 많아지더니 안부에 도착하니 바닥이 하얗다. 1년만에 아이젠을 신어볼 시점이다ㅎㅎ
왼쪽 가지산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험하지 않고 걷기에 괜찮으나 경사가 제법 심하고, 아이젠까지 신어서일까. 스무 걸음도 못 걷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에구, 다른 건 배우면 빨리 느는데, 걷는 건 16년이 넘도록 걸어도 늘질 않네... 그래도 나무에 내려앉은 눈꽃들의 향연이 시작되면서 입꼬리가 연신 올라가고, 눈매가 절로 휜다. 1080봉 전 소나무 전망대에 오르니, 마주 보이는 신불산~영축산, 오른쪽 천황산도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080봉에 이르니 자살바위와 그 너머 가지산과 왼쪽 북봉, 오른쪽 중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라오면서 보았던 건 눈도 아닐 거 같다. 기온이 차지만 햇살이 비치는 게 그다지 반갑지 않다, 혹시 눈이 다 녹아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16년 신불산 눈꽃산행 이후 가장 많은 눈꽃을 본 거 같다. 지나치는 산객들은 한결같이 신나고 환한 모습이다. 사진을 250컷 정도 찍었는데도 아쉬웠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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