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계재 헬기장 직전 첫 '산죽지대' 의 '죽'자 근처에서 좌측 대신 운묵계 쪽 마을로...
■ 이번에도 지리산 산행을 이틀 앞두고 다쳤다. 트럼펫 피스를 떨어뜨렸는데, 정확히 3번 발가락과 발등 경계에 딱! 떨어지는 불상사가... 맞는 순간은 눈앞이 아찔할 정도였지만 조금 지나니 별 통증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한밤중에 욱씬거려서 잠을 설칠 정도였다. 일어나 얼음찜질을 하니 붓기는 빠졌으나 걸어보니 지리산은 무리겠다 싶어 급우울...
정형외과 가서 X-ray 찍어보니 뼈는 이상이 없는데, 내상으로 인해 염증이 있을 수 있다고 진통+소염제 처방받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으려고 한의원 가서 瀉血하고 침도 맞고. 덕분에 출발 당일은 한결 걷기 수월해졌다. 나도 참...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산에 가야 하남?
외삼신봉에서 고운동재 가는 길의 산죽터널이 힘들다는 얘기를 듣긴 했으나, 막상 걸어보니 예상을 뛰어넘는다. 어른 키를 약간 넘는 높이라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쪽 어깨로 밀치면서 걸어보기도 하고, 스틱 2개를 X자 창처럼 붙여 밀어보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고 밀어보기도 하고... 어찌해도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들이 꾸준히다니던 길이라 그런지 길바닥은 뚜렷하니 막히지 않고 걸어진다는 것.
산죽 구간이 끝났을 때는 잘못 내려온 것보다 일단 끝났다는 생각에 후련했으나, 생각할수록 마지막 고운동재까지를 완주하지 못하고 묵계재 직전에서 마을로 내려와버린 게 못내 아쉽다. 그래도 지난 주 함박등 고유제를 지내며 무사산행을 기원한 덕일까, 외삼신봉 아래 직벽 암릉구간, 위험한 암릉+산죽구간, 지긋지긋한 산죽터널을 통과하며 두어 번 엉덩방아도 찧고, 몸 곳곳에 땀띠가 가득하지만, 크게 다친 곳 없이 산행을 마쳐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저 힘겨운 상황에 '이제 낙남정맥 종주는 끝이다, 다시는 안할 거야' 했지만, 그래도 해야지?ㅎㅎ 묵계재~고운동재까지의 미완의 1~2km도 언젠가는 잇고~
▦ 제1일차 ▦
이번 코스의 날머리인 고운동재에 주차 후 예약해둔 택시로 중산리로 이동하니 마침 9시 출발 순환버스가 대기중이다. 찰나의 고민 후 바로 탑승(1인당 2천원), 10여 분만에 순두류에 도착한다.
그런데...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천왕봉까지 4.4km,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우리의 목적지 고운동재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니...
멋지구먼!
병조희풀(나무)
아리랑고개 쉼터
바위마다 비를 머금은 참바위취 흰꽃이 앙증맞다.
산수국
유독 색감이 짙은 노루오줌
천왕봉까지는 끝까지 돌길
로타리대피소 직전 낯선 데크계단이...
화장실과 대피소 신축공사 중이다.
법계사
(알)며느리밥풀이 한창이다.
계속 내리는 비로 사방에 전망이 전혀 없다.
나를 위한 맞춤형 문구인가ㅋㅋ
점심을 먹기 위해 개선문 못 미쳐 있는 굴을 찾는다.
배초향
딱총나무 열매
비가 많이도 온다. 본인은 우산을 쓰고 기타에 비옷을 입혀 매고 온 산객과 일행이 지나가다가 우리를 보고 굴 안으로 들어온다. '딜라일라',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열창!
모시대
개시호
개선문
말나리, 빗속에서도 화려함을 뽐낸다.
산꼬리풀
미역취
거의 다왔는데, 나도 흙처럼 비를 머금었는지 몸이 무거워...
천왕샘을 지나고,
천왕봉 도착!!
카메라 렌즈에 물기, 습기가 많은데, 손수건도 다 젖어서 닦아도 소용이 없다.
모시대
범꼬리풀
통천문을 통과하며,
올려다 본 통천문의 모습
참바위취, 잘 찍어볼라캤는데...
수리취
지리터리풀
동자꽃 봉오리, 다른 식물인 줄 알았다.
숙제 하나를 해치운, 좀은 가벼운 마음으로 천왕봉 정상을 뒤로 하고...
술패랭이도 보고,
송이풀도 보고,
네뀌쓴풀도 만나고... 갈 길이 만만찮은데 어여쁜 풀꽃들이 자꾸만 "나 여기 있어요"
제석봉
장터목대피소 도착 *비옷을 입었으나 바지를 타고 내린 빗물로 등산화 속이 한강이다.
비비추와는 달리 꽃줄기 끝에 꽃이 모여 피는 일월비비추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벌써 4시, 그냥 통과한다.
서덜취
마악 꽃대를 밀어올리고 있는 흰진범
누가 이정표 위에 연하봉이라고 적어놓았다. 연하봉은 더 가야 나오는데 어찌 된 일?
여기가 연하봉 아래
산오이풀
참나물
세잎종덩굴 열매
금마타리 열매
회나무 종류 중에서 유독 날개가 큰 나래회나무 열매(꽃잎도 4개), 더 익으면 열매 가장자리가 빠알갛게 물든다.
가는 길목마다 일월비비추가 꽃봉오리를 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산여뀌인가?
촛대봉도 지나고,
오늘의 종착지, 세석대피소 도착
오늘 여기서 묵고 가는 산객은 50여 명이란다. 햇반 사서, 준비해온 한우전골과 함께 저녁을 먹고 이른 소등과 함께 잠을 청해본다. 내일까지 등산화가 마를까? 안마르겠지?ㅠㅠ
▦ 제2일차 ▦
영신봉을 향한다.
영신봉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 뒤는 낙남정맥 마루금 길, 영신봉 정상은 맞은편이다. * 우리는 다시 세석으로 내려가서 돌아갈 예정이다.
일단 영신봉 정상에 가기 위해 금줄을 넘는다. (마음이 쪼오금 불편)
가장 높아 보이는 바위 틈새에 사람들이 올려놓은 작은 돌들이 보인다. 우리처럼 무사산행을 기원했겠지...
우리도 근처 구상나무 가지에 표지기 둘을 매어둔다.
다시 세석대피소로 내려와 식수대 쪽으로 간다.
어제 내린 비로 징검다리를 건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물이 많다.
곧 거림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가는 내내 가득히 피어 있는 동자꽃
음양수에 도착
참으로 사람의 기억이란 확실하지 않은 것! 이쯤에 멧돌이 있었는데...하다가 돌확을 발견했다. (*2017년 1월 산행기를 보니 바로 저 돌확이 맞다.)
(오른쪽 사진: 2017. 1. 16.)
(알)며느리밥풀
산앵도나무 열매, 흐린 날씨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선명한 붉은 빛!
의신마을 갈림길도 지난다.
참취
코스장님이 "규화목 같다"고... 나이테도 안보이고, 나무가 아니라 돌 같은데에?
영축산 가는 길, 반야정 아래 고목도 언젠가 저리 부서지겠지...
영신봉 다녀와 세석을 출발한 지 2시간이 넘었는데... 좀처럼 줄어지지 않는 길
석문을 지난다.
오리방풀
바람 따라 비구름이 좀 걷히나 했지만... 조망은 쉽게 터지지 않는다.
다쳤는지, 지쳤는지...매미 한 마리
이런 산죽은 산죽도 아니여~ 외삼신봉 지나서 만나는 산죽을 경험해봐야~ㅎㅎ
짚신나물
한벗샘에 도착, 세석대피소에서 4.8km 걸었고, 삼신봉까지는 2.8km 남았다. (여기서부터 삼신봉까지 체감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일엽초인가?
얼핏 누가 먹다 버린 파프리카 조각인 줄 알았다. 군데군데 많아서 나도 모르게 몇 마리 밟았는지도ㅠㅠ
기운이 빠져 내가 걷고 있다는 의식도 없이 걷고 있는 중, 코스장님이 댓잎 따서 만들어주신 귀한 쉼터자리
외삼신봉
암봉 왼쪽이 삼신봉 정상
오른쪽은 내삼신봉
암봉 왼쪽으로 올라선다.
드.디.어 삼신봉에 도착, 지리산 주능선의 최고의 전망대라고 했는데, 아쉽, 아쉽...
능선개념도가 있지만 소용이 없다.
써리봉은 보이는데 왼쪽 천왕봉은 여전히 구름이 가득하다.
우리가 가야할 외삼신봉(30분 정도)
삼신봉에서 내려서니 어느 바위에 앉아 뭔가를 쪼고 있는 까마귀, 어찌나 큰지 어린애만하다.
청학동 갈림길(갓거리재) 외삼신봉으로 가려면 금줄을 넘어야 한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종주하는 산객들이 제법 다니는지 길도 뚜렷하고...
천왕봉~반야봉~노고단을 잇는 주능선을 배경으로(보이는 건 써리봉뿐이지만), 외삼신봉 정상석을 담는다.
5분도 걷지 않아 위험한 암벽구간을 만난다. 못 내려갈 정도는 아니지만, 조심조심 내려선다.
산죽구간 시작, 산죽의 높이가 아예 2미터를 넘거나 아니면 1미터 정도거나... 애매하게 어른 키 정도라 얼굴에 부딪치는 느낌이 상당히 불편하다. 그나마 복면을 챙겼기에 다행이었다.
바람이 불면서 비구름이 잠시 흐르는 듯하기에 기대했으나 천왕봉은 여전히 꼭꼭 숨어라~다.
산죽길은 계속되는데... 어느 순간 주능선이 보이지 않고, 백두대간 지기들의 표지기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니 불안하다. 800고지가 넘는 고운동재로 이어지는 길이 이렇게...? 혹시 길을 잘못 들어섰나?
역시 뭔가 잘못되었구나, 저쪽 능선으로 가야 하는데...
저기 보이는 건 법성암
예약해둔 청암면 하늘빛황토방펜션에서 하루 묵는다. 시설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휴양림이나 다른 펜션은 먹거리를 준비해가야 하는데 여긴 닭백숙과 산채비빔밥을 먹을 수 있어서 선택했다. (사전 예약 필수)
(사진을 찍지 못해 네이버 지도 활용)
▦ 제 3일차▦
산 다녀온 다음날은 주로 박물관, 문학관을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월요일이기도 하고 산죽터널 후유로 무거운 몸을 달래려 The-K지리산가족호텔 온천에 다녀왔다. * 입장료 17,000원, 건강세신 38,000원(일반 세신 30,000원)으로 쫌...비싸다, 호텔이다 이거지?
주차장에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천은사 한 바퀴, 여기저기 공사 중이다.
'미스터선샤인' 촬영지, 수홍루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보니 땡볕이 얼마나 따가운지, 금방 땀이 흘러내린다. (부채, 양산은 뒀다 뭐하누...)
주차장 옆 카페 '천은사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포장해서 출발하기로 한다. 여기도 좀 비싼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