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코스 2.7km [천태산 정상 - 전망석(1.35km) - 남고개(0.45km) - 영국사(0.9km)] 총 4.07km
■ 오전, 오후 한 차례 비소식이 있기에 비옷과 우산을 챙겼는데, 오전에는 흐리다가 하산할 무렵은 쨍~하니 해가 나고 푸른 하늘. 최근에는 일기예보가 틀린 적이 없었는데...
등산로는 A, B, C, D코스가 있는데, 올라가보니 B코스는 폐쇄되어 있고 대부분 A코스로 올라 D코스로 내려오는 것 같다. A코스에 75m 암벽을 올라야 하는 구간이 있어 은근 인기가 있는 것 같고, C코스도 암벽이 많이 내림길로는 적당하지 않아 보였다. (능선에 가급적 D코스를 이용하라는 안내문도 있음)
우리가 주차한 영국사 옆 주차장은 '영국사 주차장'보다 1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코스장님이 얘기해 주지 않으셨으면 영국사 주차장으로 가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것이다. 주차장 입구 옆 천태산 등산로로 들어서니 시원한 숲그늘과 마사로 이루어진 길이 부산의 금정산을 떠올리게 했다. 크고 작은 암릉은 아기자기 능선, 화산, 하늘릿지 구간 생각이 나고...
모처럼 원 없이 바위를 탔다. 그런데... 내 몸이 무거워진 걸까, 기력이 딸리는 걸까. 밧줄을 잡으니 생각만큼 성큼 올라서지질 않는다. 거의 직벽에 가깝기도 하고 높기도 하니 내 팔의 힘을 믿지 못하고, 자꾸만 몸을 바위에 밀착시키려는 본능이 발동한다. 덕분에 무릎, 팔꿈치를 바위에 눌러 약간의 멍, 찰과상ㅠㅠ
아직 이른 시각(08:30), 영국사 옆 주차장은 아직 여유가 있다.
천태산을 올려다 본다. 오~ 암벽이 장난 아닌데~
오랫만에 만난 며느리밑씻개
이슬 머금은 나팔꽃
등산로 입구, 누군가가 기왓장에 "A코스"라 적어놓았다.
울 표지기 둘!
등산로 개설인 명의로 된 안내판이 있어서 궁금해서 찾아보니, 양산면 토박이이면서 금호약방을 운영하는 배상우님이 평생에 걸쳐 사비를 들여 개발하고 정비했다고 한다.
젊은이 둘이 가볍게 잘도 올라간다.
오! 그리웠던 바위, 이 구간은 몸 풀기 수준이다. 바위 볼록볼록해서 사이에 발 딛고 오르면 된다.
첫 전망대, 영국사 경내가 빤히 보인다.
위험구간이니 왼쪽으로 우회하라는 표시가 있었는데, 우리는 우회하지 않고 바위를 타보기로 했다. ※ 지도에 표시된 75m 암벽은 이 암벽을 통과한 다음에 나온다.
사진만 아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암벽구간이 가파르고 길어서 여기가 75m 암벽인 줄 알았다.
드디어 75m 암벽구간이다. 가파른 직벽인데, 저 위에 더 있다는 거지. 우리는 우회로로 Go Go! (돈릿지도 다녀왔는 걸, 뭐)
흰색의 자잘한 꽃이 모여 피는 뚝갈
통짜 바위인데, 일일이 돌을 쪼아 발판을 만들어 놓았다. 이 등산로를 개척하신 분은 정말 대단하다.
밧줄을 잡고, 파인 자리에 발을 딛고 조심히 올라서면 누구나 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도 올라와서 내려다 보니 아찔~하다.
수염며느리밥풀(꽃잎에 자잘한 흰털이 있다), 이 시기에 대세인 꽃이다.
저것도 배바위? 바위 아래에 나뭇가지들을 여럿 받쳐 놓았다ㅎㅎ
정상 쪽을 바라보며, 숨 고르고 다시 오른다.
구조목(천태산 4지점)이 있는 곳, 마지막 암벽 구간을 만난다.
지도상의 681봉, 주로 정상을 향할 때는 오른쪽 길, 내려올 때는 왼쪽길을 이용하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