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봉(502.2m) : 단장마을 기점
* 2009. 1. 18.(일) 흥암대/비오는 날/산자락에/홀로서서// 긴스틱/세워짚고/시름에/잠겼는데...
밀양 단장마을 - 마실(식당) 옆 산길 - 과수원(밤밭) - 지능선 - 오르막길 - 무덤 - 가래봉 정상 - 무덤에서 오른쪽 - 태동마을 - 도로 따라 걸어서 원점회귀
① 신대구고속도로 밀양 IC - 울산 언양 방면 24번 국도 - 단장마을 - 흥암대 옆 '노블리안'에 주차
② '표충가든' 맞은편('마실' 옆) 산길로 진입 - 과수원 - 작업도로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
③ 지능선 - 솔가리 푹신길 - 오르막 - 상석 있는 무덤 - 오르막 - 가래봉
④ 상석 있는 무덤까지 내려와 오른쪽 - 내리막 - 무덤군 - 태동마을 - 걸어서 원점회귀
■ 명필봉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5mm 비란다. 명필봉 갈 때도 5mm 비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눈비 만나 엄청 고생했는데...그래도 'AM25니까' 하고 출발하는데 오늘따라 왠지 가기가 싫다. 코스장은 일편단심, 초지일관 - 한 번 맘 먹으면 그대로 추진하는데, 난 마음이 요리조리 순간순간 바뀐다. 가다가 비를 만나면 어쩔 수 없는데, 출발부터 비가 부슬부슬~이 아니라 제법 쏟아지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아직 산에 간다는 것이 體化되지 않아서일까, 몸이 고단한 것에 익숙지 못해서일까...지난 번 명필봉 갈 때 눈비 맞아 손끝이 얼고 추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서 그럴까...모르것다. 코스장은 씩씩한 걸음으로 저만치 앞서 가고, 나는 갖은 핑계거리를 머릿속으로 만들어내며 투덜대며 따라나선다. 산 갈려고 비옷도 챙기고, 어쨌든 제 발로 나섰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짓이람...에공.
△ 사진에 보이는 길을 따라 가면 나오는 흥암대(암벽) 옆 레스토랑 '노블리안'에 주차하고, 되짚어 걸어와서 전통찻집 '마실' 옆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밀양에서 단장면쪽으로 오면 도로 왼쪽에 '표충가든'이, 그 맞은편인 오른쪽 길가에 '마실' 전통찻집이 있다.
■ 날씨가 어둑하여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다. '마실'옆 공터에서 산길로 진입하여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온통 밤나무다. 개인 과수원인데, 작업도로를 따라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길이 끝나면서 오른쪽 산길로 이어진다. 좁은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서면 지능선에 합류한다. 여기서부터는 표지기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비는 그칠 생각을 않고 오히려 빗방울이 더 굵어지는 것 같다. 비옷을 입었는데 안의 옷이 젖는 느낌이다. 지난 번에도 그렇더니...아무래도 불량인가? 팔꿈치쪽부터 축축해지는 게 안그래도 무거운 기분을 더욱 무겁게 한다. 장갑은 방수가 안되니 지병인 손시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결국 극지용 고어텍스 벙어리장갑을 꺼내어 껴 본다. 돈이 좋긴 좋네.
걷기 좋은 솔가리길이 이어지다가 오르막 두 번 정도. 남들처럼 허씨 고가에서 올랐으면 벌써 정상에 도착했을 텐데, 우야튼동 마이 걸어볼라꼬..
△ 흥암대와 꼭 닮은 모양의 돌
정상 직전 큰 무덤 앞에서 잠시 헤매었다. 코스장님은 후미가 따라가는 지 챙기지도 않고 벌써 올라가버리고... 무덤을 가로지르지 않고 돌아가는 길은 없나 해서 살피다가 왼쪽길로 들어서니 잠시 후 급 내리막이다. 고개 들어 살펴 보니 봉우리 같은 건 안보인다. 그러면 이 길은 정상가는 길이 아닌데...풍수지리는 전~혀 못하는 주제에 머리 굴려보다가 무덤까지 도로 나와서 보니 무덤 위쪽에 길이 보인다. 10분 정도 알바.
하지만, 전화위복은 이럴 때 쓰는 말. 결과로 봐서는 여기서 헤맨 것이 도움이 된 셈이다. 원래 계획은 가래봉 정상에서 더 진행하여 안부에서 태동마을로 빠지기로 했는데, 그건 계곡을 타고 가는 길이라 우리가 실제로 내려왔던 지능선 길에 비해 힘들 수도 있고, 빠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결국 내가 헤매다 찾은 하산길로 선택하게 되었으니...
△ 정상 직전 상석이 있는 큰 무덤.
△ 가래봉 정상. 조망도 없고 정상석도 없고...아무 것도 엄따.. 삼각점마저도 없으면 정상이란 걸 모르고 지나는 게 오히려 정상일 듯.
△ '산머슴'님이 표지기 뒤에 '가래봉' 표시를 해 놓았다. 다니면서 보니 '산머슴'님은 본인 표지기는 없고 주로 국제신문 등 노란색 표지기 뒤에 매직으로 적는 게 특징이더라.
△ 무덤에서 가급적 왼쪽 길을 찾아 내려오면서...마을 가까이에는 무덤들이 엄청 많다.
어느 무덤에서 바라본 맞은 편. 명필봉이 저건지 왼쪽 봉우리인지 아리까리하다. 취경산 왼쪽의 울퉁불퉁한 봉우리는 국제신문 산행팀에서 '취경대'라 명명했던 암릉지대.
△ 취경산 뒤로 흐리게 보이는 것이 벼락덤이
△ 무덤군을 지나니 어느 집 과수원으로 이어진다. 조금 더 왼쪽 길을 찾았다면 좋았을텐데...
저 감나무 아래쪽에 칼금을 그어놓은 것은 '환상박피'라고...감나무의 낙과를 방지하기 위한 처방이란다.
△ 감나무 사이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무슨 기구. 저 물건은 어디에 쓰는 것인고~~?
△ 감나무 밭을 지나 내려오니 입구에 철문이 보인다. 예사로 통과했는데, 잠시 후 트럭이 내려오더니 운전사가 내리기에 돌아봤더니...세상에~ 우리가 통과한 철문을 잠그고 계신다. 까딱하면 담 넘을 뻔 했지 뭐야.
△ 태동교회 십자탑 너머로 가래봉 정상이 보인다. 맞겠제?
△ 태동마을 입구. 할머니 한 분을 만나니, '비가 오는데 뭐하러 댕기노? 산에 배미 잡으로 갔나?' 하신다. 히히 웃을 수밖에.
△ 비가 그친 후 산자락에서 피어오르는 비안개의 모습. 실제로는 더 신비한 느낌이 들었는데..
△ 사연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가래봉의 모습
■ 차를 타고 돌아올 때까지도 젖은 옷이 마를 생각을 않는다. <비옷>이 이래서 되겠나 싶어서 비옷을 구입한 가게에 들렀다. 입은 것은 2번이지만, 구입한지 두 달이 되었으니 환불까지는 기대하지 않았고 혹시 방수처리를 한 번 더 해준다던지...AS를 기대하고 갔는데, 웬걸. 환불해주고 불편을 끼쳐서 미안하다면서 보상금(상품권 5천원)까지 얹어 준다. 괜히 미안한 맘이 들어서 상품권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교환만 해줘도 좋겠다고 했는데 본사 차원에서 주는 것이니 맘 편하게 받으란다. 세상 참~ 좋아졌다. 그 매장은 <롯데마트>.
새 비옷을 사고 나면 비 와도 무조건 가야겠제?